백합/오늘의 강론

갈릴래아로 가라

수성구 2022. 4. 18. 04:39

갈릴래아로 가라!

 

2022.4.18.; 부활 팔일 축제 월요일; 이기우 신부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나타나실 때나, 주님의 천사들이 그분의 부활을 전해줄 때에, 한결같이 하는 전갈이 있었으니, 그것은 “갈릴래아로 가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갈릴래아로 간 제자들은 무엇을 어찌 해야 할 지를 몰라서 그저 예전처럼 물고기를 잡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그토록 어려서부터 잘 알아온 호수인데, 그래서 물고기들이 다니는 물길도 시시때때로 다 알고 있고, 어디쯤 가서 그물을 내려야 물고기를 만날 수 있는지도 다 알고 있는데, 허탕만 치는 것이었습니다. 하는 수 없이 밤에도 나가서 밤새 애를 써 보기도 했는데 결과는 마찬가지였습니다. 

 

  바로 그때, 예수님께서 그들 앞에 나타나셨고 그들은 다른 발현 때와 마찬가지로 그분을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그분께서 예전과는 다른 모습으로 그들 앞에 나타나셨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목소리만은 알아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분이 말씀하시는 대로 깊은 데로 배를 저어 나가서 그물을 배 오른쪽에 내려보니, 그물이 찢어지고 배가 가라앉을 지경으로 물고기가 많이 잡혔습니다. 그제서야 제자들은 그분이 부활하신 예수님이신 줄을 알아볼 수 있었습니다. 

 

  복음사가 요한은 이때 잡힌 물고기의 숫자를 기록해서 우리에게 알려주었는데, 153입니다. 이 숫자는 마법의 숫자, 즉 Cubic Number입니다. 1부터 17까지 모조리 더하면 이 숫자가 나오는데, 맨 마지막의 17이란 숫자는 십진법의 완전수인 10과 칠진법의 완전수인 7을 더한 숫자로서, 완전함에 완전함을 더한 충만함을 상징합니다. 또한, 1과 5와 3의 세제곱을 더해도 다시 153이 됩니다. 교부 아우구스티누스는 이를 두고 풀이하기를, 제자들이 사도가 되면 십계명을 잘 지키고 성령칠은을 충만히 받은 하느님 백성을 모을 수 있다는 뜻이라고 전해 주었습니다. 

 

  그러니까, 예루살렘에서 제자들에게 나타나신 예수님께서는 겁이 많고 움츠러들었던 마음을 담대하고 용감하게 변화시켜 주셨을 뿐이지만, 갈릴래아에서 제자들에게 나타나신 예수님께서는 이제 그 담대하고 용감한 믿음으로 사도가 되어 선교할 수 있도록 훈련시키셨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 좋은 예가 오늘 독서에서 사도 베드로가 유다인들 앞에서 행한 설교입니다. 

 

  유다인들에게 잡혀갈까봐 두려워서 예루살렘 다락방에 숨어 있었던 그가 공개적으로 그 유다인들 앞에 나서서 예수 부활을 증언하고 있습니다. 죄 없는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아 죽인 것은 그들 유다인들이라는 것, 그들이 빌라도의 손을 빌려 죽였기 때문에 빌라도의 죄보다 유다인들의 죄가 더 크다고 분명하게 선언하였습니다. 그리고 베드로를 포함한 유다인들 모두가 우러러보는 다윗도 메시아께서 오실 것은 미리 내다보았는데, 그 메시아가 바로 예수님이셨다는 것도 처음으로 선언하였습니다. 그리고 메시아로서 예수님께서는 유다인들의 죄를 대신 짊어지시고 죽으셨지만, 하느님께서는 그 메시아를 다시 살리셨고 자신들이 그분 부활의 증인이라는 것도 담대하게 선언하였습니다. 이 설교로써 베드로는 선교의 배를 깊은 데로 저어 나간 것입니다. 

 

  그러자 이 설교를 들은 유다인들이 마음이 꿰찔리듯 아파하며,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하겠습니까?”(사도 2,37) 하고 베드로에게 물었습니다. 유다인들의 이 물음으로써 그들은 베드로가 배 오른쪽에 내린 그물에 잡힌 것입니다. 베드로가 그들에게 대답하기를, “회개하십시오. 그리고 저마다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세례를 받아 여러분의 죄를 용서받으십시오. 그러면 성령을 선물로 받을 것입니다”(사도 2,38) 하였습니다. 이 말씀 한 마디로 베드로는 그물을 끌어 올린 셈입니다. 베드로의 말을 받아들인 이들이 세례를 받았는데, 그날에 신자가 삼천 명 가량 늘었습니다(사도 2,41). 선교 성과로 나타난 마법의 숫자가 그날은 3천이었습니다.

 

  1981년에 조선 교구 설정 150주년 기념 신앙대회는 한국교회가 박해 이후 처음으로 한국 사회의 대중 앞에 공개적으로 모인 자리였습니다. 그 당시에 한국 전체에서 천주교 신자는 백만 명에 못 미쳤습니다. 그런데 여의도 광장에 모인 숫자가 80만 명이었으니 그 열기를 짐작할 만 합니다. 그 열기로 1984년에 앞두고 있는 천주교 선교 200주년 기념 신앙대회가 열릴 때까지 신자들이 2백만 명이 되게 해 달라고 묵주기도를 바쳤습니다. 특히 단 한 명이라도 성인이 나오게 해 달라고 순교자들에게 전구를 청했습니다. 그랬는데 신앙대회가 시성식을 겸해 열렸던 1984년도에 2백만 명을 돌파했고 103위 순교자들이 성인품에 올랐습니다. 그래서 다시 순교성인들께 전구를 청해서 신자 수 3백만 명이 넘게 해 달라고 열심히 기도 바쳤고, 드디어 1989년에 세계 성체대회가 열리고 나서 1992년에 이 목표도 넘어섰습니다. 그리하여 1980년대 이후 한국 사회에 일기 시작한 천주교 붐의 결과로 2011년에는 5백만명을 넘겼습니다. 경이적으로 성장한 한국교회의 마법의 숫자가 5백만인 셈입니다. 

 

  그런데 지금 한국교회는 주춤하고 있습니다. 예비자가 줄고 성소자는 더 줄었으며, 냉담자는 80%가 넘는 지경이 되어 버렸습니다. 그래서 다시 듣고 있습니다: “갈릴래아로 가라! 깊은 데로 배를 저어나가라! 그물을 배 오른편에 내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