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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때문에 자기 목숨을 잃는 그 사람은 목숨을 구할 것이다(루카9,22-25) - 신부님 복음 해설

수성구 2022. 3. 4. 03:36

나 때문에 자기 목숨을 잃는 그 사람은 목숨을 구할 것이다(루카9,22-25) - 신부님 복음 해설

"정녕 자기 목숨을 구하려는 사람은 목숨을 잃을 것이고, 나 때문에 자기 목숨을 잃는

그 사람은 목숨을 구할 것이다. 사람이 온 세상을 얻고도 자기 자신을 잃거나 해치게

되면 무슨 소용이 있느냐?" (24~25)

 

베드로는 예수님께 대하여 '하느님의 그리스도이십니다'(루카9,20)라는 위대한 신앙을

고백했지만, 그가 가진 메시아관은 고난받는 메시아가 아니라 영광만을 받는 메시아였다.

 

따라서 베드로는 예수님께서 당신 자신에게 임할 수난에 대해 처음으로 예언하셨을 때

(루카9,22) 강력히 반발하였다(마태16,22).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당신 자신만이  십자가 고난을 당하시는 것이 아니라 당신을

따르는 자는 누구나 자신을 부인하고 날마다 자신의 십자가를 져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루카9,23).

 

루카 복음 9장 23절에는 '날마다'에 해당하는 '카트 헤메란'(kath' hemeran)이라는

부사가 나오는데, 날마다 자신의 죄스런 본성과 결별하고 죽는 훈련을 거듭해야 함을

암시하고 있다.

 

이제 루카 복음 9장 24절에는 '나때문에'라는 표현을 통해(병행 구절인 마르코 복음

8장 35절에는 '나와 복음 때문에') 목숨까지 버릴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 세상 사람들의 가치관으로 볼 때에는 목숨보다 더 소중한 것은 없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세상의 가치관을 정면으로 거부하시고 '당신과 복음'에 더 우선적

가치를 두셨다.

 

한편, 이러한 역설적 진리는 역사 가운데 그대로 실현되었는데, 가리옷 사람 유다를

제외한 예수님의 사도들 중에 사도 요한만이 장수를 누렸을 뿐, 다른 사도들은 모두

순교하였다.

 

그들은 '나와 복음 때문에 목숨을 잃는 그 사람은 목숨을 구할 것이다'는 예수님의

말씀을 가슴 깊이 품었기 때문에 순교를 두려워하지 않았고, 이 복음이 쓰여지고

읽혀지던 초대 교회 당시의 극심한 박해와 핍박을 당하던 그리스도인들에게 배교와

순교의 갈림길에서 영원히 살 수 있는 순교의 길을 선택하게 한 감동적인 생명의

말씀이 되었던 것이다.

 

 

루카 복음 9장 25절에서 '잃거나'에 해당하는 '제미오테나이'(zemiothenai;lose;

forfeit)는 루카 복음 9장 24절의 '잃을','잃는'에 해당하는 '아폴레세이'(apolesei;

will lose)와 다르다.

 

'제미오테나이'(zemiothenai)의 원형 '제미오오'(zemioo)는 신약 성경에서 여섯 번

나오는데 모두가 수동태로 쓰였으며, '손상을 당하다'는 뜻이다.

 

여기서도 부정사 수동태로 쓰여 '손상을 당하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루카 복음 9장 25절에서 '자기 자신을 잃거나 해친다'는 표현은 인간이

스스로의 의지가 아닌 제3자의 의지에 의해 자신의 목숨을 상실한다는 의미이다.

 

이것은 루카 복음 9장 24절의 '아폴레세이'(apolesei)가 스스로의 의지와

적극성으로 상실하는 것과 비교가 된다.

 

말하자면, 루카 복음 9장 25절은 사람이 온 세상을 얻으려 하다가, 또는 이미

얻어 누리면서도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그 목숨과 생명을 박탈당하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라는 교훈을 던져 주고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인간의 목숨은 이 세상의 그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을 만큼 소중한 것이다'

라는 뜻이다.

 

그러나 여기서 말하는 진정한 의미의 생명은 이 세상 사람들이 가장 높은 가치를 두는, 

있다가 어느날 갑자기 사라질 육적인 생명이 아니라 '영원히 존재할 영적 생명'을 말한다.

 

본문에 나오는 '목숨'(생명)에 해당하는 '푸쉬케'(psyche; life)는 바로 '영혼 생명'

(soul)을 말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