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합/오늘의 강론

연중 제8주일 / 정천 사도 요한 신부

수성구 2022. 2. 27. 03:17

연중 제8주일 / 정천 사도 요한 신부

오늘의 묵상

 

“너는 어찌하여 형제의 눈 속에 있는 티는 보면서,

네 눈 속에 있는 들보는 깨닫지 못하느냐?”

육안으로는 잘 보이지도 않을 잔부스러기 같은 ‘티’와

일반 성인 크기의 배에 달하는 ‘들보’가 함께 비교되는

해학의 말씀 속에서, 우리네 인간의 타고난 기질이 엿보입니다.

 

그것은 알게 모르게 우리가 남을 비판하기를 좋아한다는 것입니다.

타인의 잘못을 지적함으로써 얻는 자기만족과 뿌듯함

때문인지는 몰라도, 우리는 상대보다 우위에 서서

그의 단점을 고쳐 주겠다고 의기양양하게 말하곤 합니다.

“아우야! 가만, 네 눈 속에 있는 티를 빼내 주겠다.”

우리는 일상에서 이와 비슷한 말들을 얼마나 자주 하면서 살고 있는 것일까요?

 

오늘 복음은 그 비판적인 시선을 타인이 아닌

자신에게 돌리도록 우리를 초대합니다.

남을 지적할 때 들이대는 엄격한 잣대로 먼저 자기

자신을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신학교에 상주하고 있는 저에게 오늘 복음 말씀은

큰 묵상 거리로 다가옵니다.

신학생들을 지도하며 ‘진실해야 한다’,

‘성실해야 한다’, ‘겸손해야 한다’,

‘형제적 사랑을 실천해야 한다’ 등

다양한 요구를 하는 것은 물론이고, 학생들의 잘못이나

단점이 보일 때면 어김없이 지적하곤 합니다.

 

그런데 그런 기준이나 잣대가 나에게도 엄격하게

적용되고 있는지 생각해 보면, 부끄럽게도

저 자신에게는 무척이나 관대한 사람임을 깨닫게 됩니다.

참으로 누군가의 변화를 바라는 사람이 할 수 있는

최선은 그에게 ‘본’(本)을 보이는 것이 아닐까 묵상해 봅니다.

상대방의 눈 속에 박힌 티를 빼내 주겠다고 신나게 소매를

걷어붙이기보다, 자기 눈 속에 들어 있는 들보를 빼내려는 노력을

상대방에게 보여 주는 것이 훨씬 감동적입니다.

회개는 그렇게 쌍방에서 함께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 정천 사도 요한 신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