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합/오늘의 강론

연중 제8주일 : 다해 / 조욱현 토마스 신부

수성구 2022. 2. 27. 03:15

연중 제8주일 : 다해 / 조욱현 토마스 신부

연중 제8주일: 다해

 

지난 주일에 우리는 독서와 복음을 통하여 원수까지도 사랑하여 그가 하느님을 만나게 해줄 수 있는 사랑의 문화를 이룩해 나가는 것에 대해 들었다. 오늘은 우리가 사용하는 언행의 중요성에 대해 말하고 있다. 인간이 사회생활을 하면서 가장 기본적인 의사소통을 통해 자신을 열어 보이고 다른 사람과 자신을 나누는 도구 중 하나가 언어라고 할 수 있다. 한마디의 말은 다른 사람에게 기쁨과 희망을 주기도 하지만, 슬픔과 분노를 자아내기도 한다.

 

집회서에서는 말이 인격 판단의 기준이 된다고 말한다. 한 사람이 사용하는 말이나 말씨야말로 그 사람의 됨됨이를 재는 저울이라고 할 수 있다. 하느님의 속뜻을 드러내신 것이 말씀이신 아들 예수 그리스도이시다. 그 말씀은 창조적인 권능을 가지고 계시며, 인간을 해방할 수도 있고 구원할 수도 있다. 그리스도인인 우리는 이제 그리스도를 닮은 사람들이니 우리가 하는 말도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말이 되어야 할 것이다. 즉 우리의 모든 말과 행동이 늘 하느님의 말씀과 일치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복음: 루카 6,39-45: 마음속에 가득 찬 것이 입 밖으로 나온다.

 

오늘 복음은 평지설교의 결론 부분이다. 복음에서 예수께서는 제자들에게 스승을 따라 행동하라고 가르치신다. 제자가 스승의 가르침을 올바로 알아듣지 못한다면 어떻게 그 가르침을 다른 사람들에게 전해줄 수 있으며, 올바로 인도할 수 있겠는가? 또한 다른 사람의 잘못을 고쳐주는 것도 힘들다. ,먼저 자신의 삶을 살펴보아야 한다고 하신다. 소경이 소경을 인도하는 격이 되어서는 안 되며, 자신이 스승보다 낫다고 생각하는 제자가 되어서는 안 되고, 자신은 큰 잘못을 범하면서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고, 남이 범하는 조그만 잘못도 참아주지 못하고 드러내려는 위선적인 면을 없애라고 하신다. “너희 중에 누구든지 죄 없는 사람이 먼저 저 여자를 돌로 쳐라.”(요한 8,7) 하셨다. 그렇지 않으면 위선이다.

 

나무에 대한 비유도 마찬가지이다. 잘 기른 나무는 좋은 열매를 맺는다. 절대로 나쁜 열매를 맺을 수 없다. 반대로 나쁜 나무는 즉, 손질을 받지 못한 나무는 별 도움이 안 되는 열매를 맺는다(43절). 나무가 어떤지는 그 나무 열매를 보고 알 수 있다. 가시나무에서 아주 맛있는 무화과를 거둘 수 없고, 가시덤불에서 포도를 거둘 수 없다(44절). 이제 이 비유는 사람에게 적용되고 있다. 어떤 사람이 착하다면 좋은 나무와 같이 자기 마음의 좋은 보물창고에서 선을 내어놓을 것이다. 반대로 악한 사람은 그의 마음의 악한 창고에서 오직 악만 흘러나올 것이다(45절). 사실 인격을 나타내는 마음은 거기에서 흘러나오는 것을 통하여 말하게 되는 것이며, 선이나 악을 말한다면 그것은 각자 안에 담겨 있는 “창고”에 달려있다는 것이다. 입은 인격의 도구이며, 행위에 있어서 전 인격을 가리킨다. 이것은 긍정적일 수 있거나 파괴적일 수 있다(45절). 그러므로 좋은 나뭇가지에 시간에 맞추어 붙어있으면서 좋은 나무를 기르는 것이다. 그리고 당신의 모든 자녀의 마음에 하느님 자신이 주시는 아주 귀한 보물을 지키도록 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자기 자신뿐 아니라 남에게 있어서도 망가지고 말 것이다.

 

제2독서: 1코린 15,54-58: 흔들리지 말고 주님의 일을 하라

 

사도 바오로는 부활의 희망이 주어진 것은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 때문이라고 하면서 이 때문에 굳건히 서서 흔들리지 말고 항상 주님의 일을 하라고 하신다. 그리고 주님을 위해서 하는 일은 헛되지 않다고 한다. 우리는 주님의 말씀을 닮고 또 잘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아담과 하와가 하느님의 말씀을 받아들여 행하지 않고 사탄의 말에 그 마음을 빼앗긴 결과 죄를 짓게 되었다. 잘못된 말과 거짓된 말을 받아들여 표현한 것이 죄를 지었고 죽게 되었다. 우리 마음의 창고가 악으로 가득 차 있어 거기에서 거짓된 말이나, 잘못된 말을 꺼내게 되면 그것은 죽음으로 가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고, 참된 좋은 말을 꺼내면 우리를 또 다른 사람을 생명의 길로 인도하게 될 것이다.

 

말씀 자체이신 예수께서는 진리의 말씀으로 사탄과 거짓을 이기시고 우리에게 생명과 구원을 가져다주셨다. 이 거짓된 마음에 흔들리지 않고 하느님의 말씀에 귀 기울이고 우리의 마음에서 좋은 것을 꺼낼 수 있을 때, 그리고 그 말씀을 실천할 때, 구원이 있고 생명이 있다. 그러기에 주님을 위한 우리의 노력은 헛되지 않다고 사도 바오로는 말한다. 이제 다시 한번 우리의 마음이라는 창고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재고조사를 해보자. 재고조사를 하면서 그 안에서 우리 자신을 더럽힐 수 있는 악한 것들은 모두 버리고 좋은 것들을 잘 정리하여 언제든지 원하는 때에 원하는 좋은 것을 꺼낼 수 있도록 우리의 마음을 정리해 보자. 항상 좋은 열매를 꺼낼 수 있으려면 이러한 마음의 정리를 통하여 하느님 앞에 올바로 서 있을 있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나는 지금 내 마음의 창고에서 무엇을 꺼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