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합/오늘의 강론

[연중 제5주일] "제가 있지 않습니까? 저를 보내십시오."

수성구 2022. 2. 6. 03:41

[연중 제5주일] "제가 있지 않습니까? 저를 보내십시오."

 

“제가 있지 않습니까? 저를 보내십시오”

이사 6,1-8; 1코린 15,1-11; 루카 5,1-11

2022.2.6.; 연중 제5주일; 이기우 신부

 

  • 1. 말씀의 주제와 흐름

오늘 연중 제5주일에 들려오는 말씀의 주제는 선교입니다. 그리하여 하느님께서 부르시어 파견하시고, 파견된 그 선교사의 활동을 신적 권능으로 도와주시며, 새 선교사가 필요할 때마다 발현하신다는 말씀의 흐름이 이어집니다. 제1독서인 이사야 예언서는 이사야가 예언자로서 소명을 받게 된 이야기를 들려주었고, 복음에서는 어부들을 찾아가신 예수님께서 풍어기적으로 당신의 신적 권능을 드러내신 후 그들을 제자로 삼으신 소명기사를 들었으며, 제2독서에서는 사도 바오로가 박해자였던 시절에 예수님께서 발현하시어 선교사로서 소명을 받은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2. 우리 믿음의 바탕

우리는 세례를 받으신 예수님께서 새 역사를 창조하고 계심을 믿는 사람들이고 그래서 그분의 이름으로 세례를 받았습니다. 우리가 어디에 살든지 또는 우리가 어디에서 일하든지 우리는 세상 사람들에게 예수님께서 시작하신 새 창조의 소식을 전해야 합니다. 실상 하느님 나라가 가까이 다가왔기 때문입니다. 이 나라는 우리가 하느님께로부터 부여받은 양심과 이를 진리의 빛으로 밝혀주는 신앙으로 세워집니다. 이 소식을 전하는 일은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받은 소명입니다. 

 

3. 이사야가 부르심을 받다

남유다 왕국이 아직 멸망당하기 직전 시대에 유다의 귀족 출신으로 사제였던 이사야가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았습니다. 당시 이 나라에는 신앙이 흔들려서 불공정과 불의가 넘쳤습니다(이사 1,21). 그러면서도 하느님께 대한 신앙에 따라서 자신들의 노력으로 공정하고 정의로운 나라로 개혁할 생각은 하지 않고 이집트에 빌붙어서 아시리아의 지배에서 벗어나려고 하는 등 외세에 의존했습니다. 그래서 이사야는 동족들에게 하느님께서는 이집트나 아시리아의 군대보다 더 강하신 ‘만군의 주님’(1,24)이시니, 하느님을 믿고 스스로의 힘으로 위기를 벗어나라고 가르쳐 주었습니다. 그 주님께서 그를 부르시어 당신의 말씀을 전하라고 명하시자 그가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제가 있지 않습니까? 저를 보내십시오”(이사 6,8). 

 

4. 선교의 성과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은 이들이 과연 어떠한 성과를 거둘 수 있을 지에 대해서 오늘 복음이 말해 줍니다. 예수님께서는 갈릴래아 호수에서 물고기를 잡던 어부들을 부르시려고 그들이 알아들을 수 있는 방식으로 기적을 일으키셨습니다. 밤새 허탕을 친 그들에게 찾아가셔서 “깊은 데로 저어 나가서 그물을 내려 고기를 잡아라”(루카 5,4) 하고 이르시자, 처음에는 망설이던 그들이 예수님께서 시키신 대로 하였습니다. 그랬더니 배 두 척이 가라앉을 정도로 많은 물고기를 잡을 수 있었습니다. 이 광경을 본 어부 네 사람, 베드로와 안드레아 그리고 야고보와 요한이 모든 것을 버리고 예수님을 따르는 제자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과연 그들은 제자로서 삼 년 간의 사도 훈련을 받은 후 초대교회에서 놀라운 선교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유다교와 로마제국의 박해 속에서도 삼백 년 만에 그리스도교를 로마제국의 전 영토에 전파했는가 하면 끝내 국교로 공인받게 했습니다. 

 

5. 박해자도 부르신 예수

바오로는 본시 열성적인 바리사이였기 때문에 예수님을 거짓 예언자로만 알았습니다. 그래서 그리스도인들을 잡으러 다니기까지 했는데, 그런 박해자 바오로의 앞길을 예수님께서 가로막으셨습니다. 번개를 내리쳐서 눈을 멀게 하고, 벼락 소리로 그를 부르셨습니다: “사울아, 사울아! 네가 왜 나를 박해하느냐?” “당신은 누구십니까?” “나는 네가 박해하는 예수다”(사도 9,4-5). 나중에 사울은 바오로라는 그리스식 이름으로 바꾸고 그리스 이방인들에게 복음을 전하러 다니면서 자신이 부르심을 받은 이 이야기를 해 주었습니다. 그리스도교가 로마제국 영토 안에 널리 퍼지게 된 데에는 위에 언급된 바 풍어기적으로 제자로 부르신 제자들의 역할만이 아니라, 박해자 출신까지 돌려세워 선교사로 삼으신 바오로의 역할이 있었습니다. 

 

6. 하느님의 일, 선교 

일찍이 이사야는 하느님께서 당신의 나라를 세우시기 위하여 필요한 일꾼을 부르시고, 부르신 일꾼들에게 어떻게 도와주시는지에 대해 이렇게 갈파한 적이 있습니다: “비와 눈은 하늘에서 내려와 그리로 돌아가지 않고 오히려 땅을 적시어 기름지게 하고 싹이 돋아나게 하여 씨 뿌리는 사람에게 씨앗을 주고 먹는 이에게 양식을 준다”(이사 55,10). 

 

  이 말씀으로, 하느님께서 비와 눈을 내려주시기 때문에 농사도 지을 수 있고 사람들이 먹고 살 수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더 근본적으로는 하느님의 부르심은 반드시 그 열매를 맺지 않고는 멈추지 않는다는 이치가 담겨 있습니다. 

 

 이처럼 하느님께서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세상을 모른 척 하지 않으시고 매우 관심 있게 지켜보시며, 당신의 일을 하는 데 필요한 일꾼을 부르시고, 그 일꾼이 하는 일을 도와주십니다. 그래서 선교는 하느님의 일입니다. “제가 여기 있지 않습니까? 저를 보내십시오.” 이렇듯 용감하게 응답하며 민족과 나라가 풍전등화처럼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하느님의 부르심에 응답한 이사야는 모든 선교사의 모델입니다. 그리고 모든 선교사들이 아무리 노력해도 별 성과가 없이 허탕을 치는 듯한 상황에서 풍성한 성과를 거두게 해 주실 분은 예수님이십니다. 또한 특별히 어려운 상황에서 필요한 인재가 있다면, 그의 발걸음을 돌려세워서라도 당신의 일꾼으로 부르시고 이끄시는 분이 예수님이심도 잊지 말아야 합니다.  

 

7. 우리의 기도 

비와 눈은 하늘에서 내려와 그리로 돌아가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땅을 적시어 기름지게 하고 싹이 돋아나게 하여 씨 뿌리는 사람에게 씨앗을 주고 먹는 이에게 양식을 주듯이, 우리도 이사야나 사도들이나 바오로처럼 부르심을 받은 일꾼들인 이상 하느님의 일을 할 때라야 우리의 삶도 풍성해질 수 있고 우리가 하는 일도 잘 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오늘 미사 말씀의 흐름을 따라서 우리가 기도하고 행동하며 살아가야 할 방향을 입당송에서 알려주었습니다. 시편 95장입니다. 

 

“어서 와 하느님께 노래 부르세. 구원의 바위 앞에 목청 돋우세

송가를 부르며 주님 앞에 나아가세, 노래가락 드높이 주님을 부르세

야훼는 위대하신 하느님이로세, 모든 신들 위에 계신 대왕이시네.

깊고 깊은 땅속도 당신 수중에, 높고 높은 산들도 당신 것이네.

당신이 만드셨으니, 바다도 당신의 것, 마른 땅도 당신이 손수 만드시었네.

어서 와 엎드려서 조배 드리세. 우리를 내신 주님 앞에 무릎을 꿇세.

당신은 우리의 하느님이시네, 우리는 그 목장의 백성이로세. 

당신 손이 이끄시는 양떼이로세.
당신의 목소리를 오늘 듣게 되거든 너희 마음을 무디게 가지지 말라

너희 조상이 거기서 나를 시험하고, 내 일을 보고도 시험하려 들었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