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 기도

구유

수성구 2021. 12. 25. 05:29

구유

 

'구유'는 가축의 먹이를 넣어주는 

여물통이다. 당시 팔레스티나의 작은

 가옥은 하나의 큰 방으로 되어있는데,

돋우어진 부분과 낮은 부분 둘로 

구분되어 있다.

이 낮은 부분이 가축들이 사는 곳이며, 

그곳에는 대개 돌로 다듬은 

여물통이 놓여 있었다.

 

초대 교회의 성 유스티노 순교자는

 예수님께서 태어난 곳을 동굴로 보았다.

그래서 A.D.330년 콘스탄티누스 대제는

베틀레헴에 있는 동굴에 

예수 탄생 기념 성당을 세웠다.

그 당시 동굴을 동물의 우리로도 

사용했다는 점에서 볼 때,

예수님께서 태어난 마구간

역시 동굴이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루카 복음사가는 예수님의 마구간 출생과

 구유에 놓인 비천한 모습을

 상세히 기록함으로써

하느님의 아들 되신 예수님께서 

얼마나 낮고 천한 인간으로 오셨는지

그 겸손과 고난을 부각시키고 있다.

(루카9,58)

 

우매한 동물의 냄새나는 마구간, 

동물의 먹이통(여물통)인 구유에 누워

계신 구세주, 만왕의 왕,

하느님의 아드님을 상상할 수 있는가?

 

 

베틀레헴이라는 말 자체가

 '빵의 집'이라는 뜻이지만, 

동물의 여물통에 누워 계신 주님은

 바로 우리 죄많은 인간들을 살리시기 위해

먹히는 먹이(음식; 밥; 성체)이 되어

오신 분이 아니신가!

 

필리피 서간 2장 6~8절에 계시된 대로 

하느님 아버지와 본질이 같으신 분이

이렇게 철저히 낮아진

 극도의 자기비하(kenosis)와 겸손을 

보여주신 의미는 무엇인가?

 

하느님의 크신 사랑과 그리스도의 

복음 활동이 이처럼 

소외되고 낮은 자들에게 미치며,

참으로 비천하고 보잘 것 없는 자들도

 다 품어 주시는 사랑을

 드러내시는 것이 아닌가?

 

무죄하신 예수님께서는 

 당신이 이 땅에 오신 목적과 사명인

인류 구원 사업이라는 아버지의 뜻을 

이루시기 위해 골고타 산상에서 

좌와 우의 강도들(죄인들) 사이에 

십자가에 못박힌채 매달려 

모든 피와 물을 소진하셨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예수님의 지상 생활의 시작과 끝을 

깊이 묵상해야

당신이 이 땅에 오신 이유가 풀린다.

 

그리하여 사람들의 품위를

 신적 품위로 들어 올려주시고 당신의 

신성에 참여시켜 주신다.

 

예수님의 구원사업이 계승되는 

성사적인 인간집단인 교회도, 

그 구성원인 우리들도 영성적으로 

어떻게 가난하고 비천하게 살며, 

모든 비천하고 가난하고 낮은 자들을

품어 안아야 하는지를

 가르쳐주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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