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합/아름다운 글

꽃씨를 뿌리는 꿈

수성구 2014. 4. 19. 04:23

꽃씨를 뿌리는 꿈  



언제부터 이렇게 금이 간 걸까.
사랑해야 하는데, 움푹 팬 이 상처는 대체 대체 어디서 생긴 걸까.
이 낭떠러지의 끝은 어디일까
처음엔 며칠 지나고 나면 낫겠거니 했다
며칠 안 아픈 척
다 잊은 척
내숭 떨고 지내면 아물겠지 했다.


근데
점점 커지고 점점 더 깊어진다
없었던 걸로
잊어버린 걸로 하고픈데...
피해 갈 수가 없다
이 상처가 무얼 말하는지 찬찬히
아주 찬찬히 들여다보아야 한다
내 눈앞에서
연기처럼 사라지기만을 바랐는데
휴...
심장보다 더 깊은 내장 속에서
한숨이 묻어 오른다
왜 그랬냐고
왜 그럴 수밖에 없었느냐고
따져 버리고 싶지만
슬그머니 안아 주고 어루만져 주어야겠다
겁을 주어도
모른 척해도
상처는 낫지 않는다



길지 않은
한 토막밖에 안 되는
나의 365일을 어찌 걸어가야 하나
사랑하며 걸어가려면 숱한 아픔의 덩굴들 사이로
걸어갈 수 있어야 한다
365일의 내 책의 쪽들 위에
크고 작은 망점들이 수도 없이 찍히고 있다
짧으면서도 결코 짧지 않은 이 生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크기를 맞출 수도 없고 숫자를 맞출 수도 없는
내 삶의 망점들을 복잡한 그대로 안아야겠다
눈에서는 눈물이 흐르고
등줄기에서는 땀이 흐르며
웃다가 울다가 해가 지는
내 삶의 풍경 속에
여기저기 긁힌 생채기들을
호호 불어 가며
흔들흔들 고향까지 걸어갈 것이다
상처 안에 박힌 마음이 떠나가려 할 때
이렇게 인사할 수 있으면 좋겠다.
"안녕, 그동안 고마웠어. 네 덕에 내가 살았구나."




난 언제나 봄이다
항상 봄 입구에 서 있다
이제
내 속에서 엉금엉금 비집고 나와
벌어지고 금이 간 틈 사이에 이쁜 꽃씨를 뿌려야겠다.
희망의 꽃씨
너그러움의 꽃씨
소중함의  꽃씨
섬세함의  꽃씨
기다림의  꽃씨
눈물의  꽃씨를...



- 김선명 스테파노 수사,  마음 싹이 움트는 그림 이야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