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합/하늘을우러러

겸손

수성구 2021. 7. 11. 04:10

겸손

우리는 신앙생활하면서 하느님 앞에서,

그리고 사람들 앞에서 목이 뻣뻣할 때가

많다. 그러나 우리가 가진 것 모두,

누리고 있는 것 모두, 존재 자체

생명 자체가 어디에서 왔는지,

누구의 것인지 그 분수와 한계를 알 때,

우리는 땅처럼 겸손할 수 밖에 없다.

 

 

라틴말로 겸손이란

'Humilitas'라는 단어인데,

이 단어의 어원은 'Humus'(땅,흙)이다.

우리 발에 밟히는 게 땅이요 흙이며,

인류 최초의 사람(아담)이란 말도

'Adama'(흙)에서 나왔고,

사람은 흙으로 만들어졌고 죽으면

흙으로 돌아가니,

사실 흙처럼 땅처럼 겸손해야 한다.

 

 

인류 최초의 사람도

하느님과 같아지려는, 하느님 머리

꼭대기에 올라가려는, 신이

하느님이 되려는 교만과 불순명 때문에

하느님께서 주시는 축복을 잃었다.

 

그러나 죄없으신 하느님의 아드님이

겸손과 순명으로,

강생과 십자가의 구속의 신비를 통해,

멸망과 저주와 지옥으로 치닫는

인간사(세속사)를

구원의 역사로 바꾸어 주셨다.

 

 

익은 벼는 머리를 숙이지만,

열매없는 쭉정이, 가라지는 하늘을

향해 대항하듯 뻣뻣하게 서 있다.

 

 

사람들은 모두가 겸손한 사람을

좋아한다. 그가 권력가요, 박사요,

재산가요, 재능가요,

인물이 출중하다 하더라도, 겸손하면

모두 존경하고 호감을 갖는다.

 

겸손은 성령의 9가지 열매

(갈라5,22; 사랑, 기쁨, 평화,인내,

호의, 선의, 성실, 온유, 절제)에도

나오지 않는다. 왜냐하면,

겸손하기 때문에 숨어 있고,

모든 덕의 기초이고, 당연히 닦아야 할

덕이기에 감추어져 있는 것이다.

 

난 지금까지 살면서 많은 교만한

사람들을 만났고, 내 자신도

타인에게 교만한 자로

비춰졌을 수도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사람인 나도, 교만한 자가 싫고

겸손한 사람들이 좋고 잘 해 주고

싶은데, 하물며 하느님께서는

당신 대전에 어떤 사람을 좋아

하실지 생각해 본다.

 

이건 좀 차원이 다른 이야기 같지만,

사실 우리가 하느님 대전에

기도를 안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기도와 말씀에 대한 영적 무지 때문에,

아니면 게으름 때문에…등등"

무엇 때문일까?

 

사실은 교만하기 때문에 기도를

안하는 것이다.

 

자신이 믿는 구석이, 하느님 말고

자신 안에 그리고 이 세상 것 안에

있기 때문이다.우리 인간이 자신의

손에 뭔가를 움켜잡고 있을 때는,

하느님께 합장할 수도 없고 빌수가 없다.

우리의 두손이 비어 있을 때,

비로소 하느님께 빌게 된다.

 

비단 기도뿐만 아니라

우리 피조물인 인간들의 삶의 자세와

태도가, 하느님 대전에

 

어떠해야 하는가를 묻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