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묵상글

늘 움직이는 여인 마리아

수성구 2021. 6. 1. 03:20

늘 움직이는 여인 마리아

 

늘 움직이는 여인 성모 마리아님,

저희도 당신을 닮아 영원한 삶을 향해 달리고 싶습니다. 저희도 당신처럼 순례자가 되어 이 길을 걸어갑니다. 당신보다 빨리 달려가지만 사막이 발자국을 삼키고 맙니다. 눈길을 걸으면 곧 녹아버립니다.

 

앞으로 계속 나아가야 하는데 지도를 찾을 수 없습니다. 모든 길이 펼쳐져 있는데도 목표를 잃은 듯하고 바퀴는 같은 자리를 겉돕니다.

 

저희 삶에 활기를 불어넣어 주소서. 사물 앞에서 기뻐하게 하소서. 이 여정의 의미가 무엇인지 어머니, 대답해 주소서. 당신이 맨발로 밟은 꽃처럼 무거운 바퀴에 짓밟힌 꽃이 더이상 피어나지 않을 때 성급한 걸음을 늦춰 꽃 향기를 맡으며 그 아름다움을 감탄하게 하소서.

 

성모 마리아님,

다른 사람들과 친교를 나누며 걷게 하시고 스스로 고립하여 자신을 가두는 일이 없게 하소서. 현대의 열광적인 삶의 걸음에서 자유롭게 하시고 하느님처럼 인내하게 하소서. 저희 걸음이 빠를 땐 뒤쳐진 이들을 기다려 함께 가게 하소서.

 

바쁘다고 앞서 가면 시간을 얻을지는 몰라도 함께 여행하는 벗을 잃어버릴 수 있나이다. 서두르면 빨리 갈지는 몰라도 나날을 사랑으로 채우지는 못합니다. 사랑을 나누는 맛도, 진정한 만남의 기쁨도 얻지 못합니다.

 

"순례하는 하느님 백성에게 확실한 희망과 위로의 표지"인 성모 마리아님, 지도가 아니라 역사의 땅을 순례하는 여행자로서 길을 찾아야 함을 알게 하소서. 이러한 영적 여정 가운데 신앙이 커가리다.

 

저희 손을 잡아주소서. 날마다 하느님의 거룩한 현존을 꺠닫게 하소서. 매일 일어나는 사건 안에서, 계절이 바뀔 때, 저녁놀을 바라보며, 새로운 사람들이 아침 해처럼 떠오를 때 그리고 온 세상 사람들의 일치를 희망하면서 하느님의 현존을 인식하도록 도와주소서.

 

거룩한 곳을 향한 저희 발걸음을 이끄시어 시시때때로 변하는 모래 위에서 영원의 흔적을 발견하게 하소서. 목적없는 여행자처럼 갈팡질팡하지 말며 내면을 추구하는 맛을 드리게 하소서.

 

강도를 맞아 길바닥에 버려진 사마리아인처럼 위로의 기름과 희망의 포도주를 상처에 부어 다시 일어나 길을 가게 하소서. '눈물의 골짜기'에 피어 오른 안개를 헤치고 고통 가운데에서도 저 높은 산에서 오는 도움의 손길을 바라보게 하소서.

 

당신처럼 유다 언덕을 오르며 다시 찾아올 봄날을 기다리듯 기뻐하며 마니피캇을 노래하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