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합/시와 좋은 글

어머니의 묵주 /黃雅羅

수성구 2021. 5. 16. 02:40

어머니의 묵주 /黃雅羅

 

나에게는 여러 개의 묵주가 있다. 대부분 선물로 받은 것들이다.

그중 유난히 반들반들 달아서 윤기가 나는 목각 묵주 하나가 있다. 친정어머니의 유품이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어머니께서 아끼시던 물건 대부분은 입관 때 관에 함께 넣어드렸다.

장례가 끝난 후 얼마간의 시일이 지난 어느 날 친정에 들려 어머니의 마지막 유품을 정리하다가

우연히 어머니가 쓰시던 화장대 서랍 깊숙한 곳에서 줄이 끊어진 이 묵주를 발견했다.

순간 어머니를 만난 듯 반가웠고 손때가 묻은 묵주를 손안에 꼭 쥐고 어머니의 체취와

어머니의 모습이 떠올라 눈물을 펑펑 쏟았다.

 

즐거우나 괴로우나 한결같이 묵주와 함께 사셨던 어머니-

살아생전 얼마나 기도를 많이 하셨기에 이렇게 묵주 알이 닳고 닳아 반들반들 윤기가 흐를까.

하늘을 향해 기도하실 때마다 묵주 알에 사연을 담아 하늘나라로 장미꽃송이를 나르던 묵주 알

그 묵주 알에서 어머니의 향기가 난다

 

누군가를 위해 늘 묵주를 손에 들고 기도하시던 어머니-

묵주 알알뿐만 아니라 연결 고리 사이 줄에도 어머니의 사랑의 때가 묻어 까맣게 변해있다.

어머니의 묵주를 볼 때마다 어머니의 사랑이 가슴에 알알이 뜨겁게 박힌다.

묵주 알을 반들반들 닳게 만든 어머니의 손끝의 맺힌 사랑. 이 귀한 보물. 이 귀한 사랑. 이 귀한 생명.

자식들을 사랑하신 어머니의 정성과 그리움이 절절한데 그 어머니를 만날 수 없으니

안타깝고 서러운 눈물만 뺨을 타고 줄줄 흘러내린다.

어머니는 지금도 이 자식들을 위해 하늘나라에서 천상의 묵주 알을 열심히 굴리고 계실 것이다.

 

엄마! 하고 부르면 "우리 데레사 왔구나" 하시며 덥석 내 손을 잡아 줄 것만 같은 어머니

지금은 아무리 불러 봐도 대답 없는 우리 엄마-

어머니를 그리워하다가도 다시 바쁜 일상으로 돌아가 삶에 묻혀 잊어버리지만

문득문득 어머니 생각이 나면 묵주를 꺼내 들고 눈물을 쏟아낸다.

 

그때는 몰랐다.

묵주 알이 닳고 닳아 윤기가 나도록 어머니가 우리를 위해 기도를 하셨고 사랑하셨다는 것을-

그리고 어머니의 사랑과 정성과 영혼이 배어있는 묵주가 이렇게 눈물을 주고 그리움을 주고

가슴 먹먹한 외로움을 준다는 것을 정말 몰랐다.

어머니를 생각하며 나도 어머니를 위해 기도하고 내 자식들과 뭇사람들을 위해 기도하며 살겠다고

어머니의 묵주를 끌어안고 또 다짐을 한다.

어머니 정말 보고 싶어요. 그리운 우리 엄마 루시아 하늘 나라에서 편히 쉬소서 -/靜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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