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합/시와 좋은 글

<隨筆> 따오기 노래

수성구 2021. 5. 14. 04:25

<隨筆> 따오기 노래

따오기 노래 /黃雅羅

 

우연히 길을 가다가 어느 작은 문방구점에서 흘러나오는 따오기 노래 소리를 들었다. 아주 잊어버리고 살았던 동요인데 요즘 들으니 너무 신기하고 반가웠다. 어린 시절 어머니와 함께 불렀고 철이 들어서는 학교에서 친구들과 함께 불렀던 기억이 나서 가던 발길을 멈추고 문방구로 들어섰다. 주인은 머리가 하얗고 허리가 굽은 노인이었다.

 

머뭇거리는 내게 노인은 무엇을 사려느냐고 묻는다. 살 것이 아무 것도 없었지만 이것저것 주문을 하고 계산을 하면서 물었다. 따오기 노래를 왜 틀어 놓았느냐고 사실은 따오기 노래 소리를 듣고 들어 왔다고 실토를 했다. 그랬더니 그 노인이 반기며 하는 말이 5월이 되면 옛날 자신이 부르던 동요가 부르고 싶고 듣고 싶어 해마다 어린이날이 있는 5월이면 이 동요를 틀어 놓는단다. 그리고 나에게 "오빠 생각"과 "고향땅" 동요를 연이어 들려준다. 그러면서 가끔 젊은이들이나 아이들이 이 노래가 무슨 노래냐고 물어 본단다 그 때마다 아이들에게 자신이 어렸을 때 많이 부르던 동요라고 일러주며 일제 강점기에 일화도 설명도 해준다고 했다.

 

일제 강점기에 나라 잃은 민족의 한이 담긴 애달픈 가사와 가락으로 일제는 이 노래를 부르지 못하게 했고 해방 이후에 다시 부르기 시작 당시 어린이와 많은 사람들이 즐겨 부르던 국민 동요라는 설명까지 해주신다고 한다. 까맣게 잊고 지내던 동요 따오기 노래를 문방구에서 듣다니 나도 어린 시절 이 따오기 동요를 많이 부르며 자랐다, 그러다 어느 날 부터인가 동요에서 사라졌고 나도 잊어버리고 살았다. 지금의 어린 아이들은 이 노래를 잘 알지 못하고 부르지도 않는다. 내 자식들도 모르고 자랐으니 말이다.

 

따오기’ 작시 자 한정동 (1894~1976)선생님은 평안남도 강서에서 평범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11세까지 한문을 공부하다가 12세 때부터 신학문을 배웠고 1918년 평양고등보통학교 졸업 후 192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옥이>라는 제목의 동시로 당선 된 것을 아동문학가 반달 할아버지 윤극영(尹克榮 1903~1988)선생님이 작곡하여 널리 불리어지던 우리 민족의 한이 담겨있는 국민 동요로 널리 알려진 노래다.

 

따오기 이 노래는 듣거나 부르면 자꾸 슬퍼지는 마력을 지녔다 가사와 가락이 심금을 울리는 애상조의 동요로 따오기 노래를 아는 사람은 많은데 실제로 따오기를 본 사람은 많지 않다는 것이다. 옛날에는 흔한 철새였다는데 지금은 멸종위기의 동물로 인공으로 부화하여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니 안타까운 일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겨울과 봄 사이에 볼 수 있었는데 지금은 보기 힘든 새가 되었고 따오기 울음소리도 들을 수가 없게 되었다 따오기 울음소리는 저녁놀이 질 무렵 시골 냇가에서 들으면 더욱 슬퍼진다고 한다. 그래서 따오기 우는 소리를 들으면 돌아가신 아버지 어머니를 떠 올리며 내나라 내 조국을 생각하고 해 돋는 나라 달뜨는 나라를 꿈꾸며 살았다고 하니 얼마나 내나라 내 조국을 열망했는지 알 수가 있다. 내가 어릴 때 나는 아무 것도 모르고 그냥 불렀다. 차츰 어른이 되어가며 알기 시작한 슬픈 역사를 지닌 내용의 따오기 노래 가사며 동요다.

 

지금은 따오기 노래가 가슴을 촉촉이 적시는 애절한 추억의 동요가 되었지만 지나온 역사를 회상하며 할아버지와 따오기 노래를 듣고 함께 큰 소리로 노래를 부르니 내 어린 시절 어머니와 부르던 기억이 살아나 울컥 목이 메었다. /靜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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