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안에서 기도하시는 성령
성령 안에서 기도한다는 것은 우리가 우리 안에 있는 모든 것과 더불어 사랑의 하느님을 갈망하는 일을 의미한다. 우리가 기도 안에서 우리 마음의 갈망과 맞닿는다면 우리는 이 지상의 인간만이 아니라, 하느님의 인간임을, 곧 지금 이미 하느님 안에 있는 인간임을 느낄 것이다.
피정은 하느님의 영에서 생명을 얻어 누리는 훈련이다. 곧 성령을 따르는 삶을 익히는 훈련이다. 바오로 사도는 성령을 따르는 삶을 이렇게 제시한다. “하느님의 영의 인도를 받는 이들은 모두 하느님의 자녀입니다. 여러분은 여러분을 자녀로 삼도록 해 주시는 영을 받았습니다. 이 성령의 힘으로 우리가 ‘아빠! 아버지!’하고 외치는 것입니다.” (로마 8,14-15)
우리가 성령에 따라 삶을 산다면 우리는 이웃이 우리 자신을 좋게 판단하는지 않는지에 대한 불안에서 자유로울 것이다.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판단에 좌우되어 자긍심을 갖기도 하고 상실하기도 한다. 이런 사람들은 노예이며, 다른 사람의 의견에 따라 자신들의 가치를 평가한다.
그대는 어떻게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는지 그대의 호흡을 느껴 보라! 그리고 이 숨이 단순한 공기가 아니라 하느님의 입김, 하느님의 영, 성령이라고 생각하라! 하느님께서는 멀리 계신 하느님이 아니라, 그대 안에서 숨을 쉬는 분이시다. 그분은 그대의 모든 것을 당신의 따뜻한 사랑으로 충만하게 하시고, 그대에게 하느님 사랑의 새로운 맛을 느끼게 하신다.
사도 바오로에게 있어서 ‘성령을 따르는 삶’은 바로 참된 삶이다. 이는 그리스도께서 우리에게 베풀어 주신 새 생명이다. 기도로 우리는 하늘에 계신 아버지를 예수님께서 체험하셨듯이 아주 가깝게 체험한다.
성령에 의한 삶은 하느님의 자녀로서 살아가는 삶이다. 성령께서는 우리 안에서 기도하시는 분이시다. 그러니 우리는 기도할 때 무슨 말을 할까 의식하며 고민할 필요가 없다. 끊임없는 기도, 이것은 우리 안에서 기도하시는 성령께 대한 신뢰를 뜻한다.
우리 마음의 심연에서 우리는 하느님을 갈망하고 있다. 성령께서는 우리 안에서 그 갈망을 북돋우신다. 우리는 일상의 분주한 일로 인해 우리 안에 내재하여 있는 갈망을 종종 멀리 하고 있다. 성령 안에서 기도한다는 것은, 우리가 우리 안에 있는 모든 것과 더불어 사랑의 하느님을 갈망하는 일을 의미한다.
안젤름 그륀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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