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내음

무리하면 아플 수밖에요

수성구 2021. 5. 13. 06:05

무리하면 아플 수밖에요

+풍부한 은혜를 베푸시는 예수 성심!

 

지난 주말에 무리했던 여파가 지금 나타나는가 봅니다. 기운이 없고, 뼈마디가 아파 와서

자꾸만 눕고 싶은데, 현실은 그럴 수 있는 여가가 생기지 않았어요. 아니 여가를 마련하지

않은 채 일상을 지속해 가려 안간힘을 썼지요.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을 수도 있건만

제 몸 쉬는 것에는 왜 이리 인색한 건지...

 

제 생활의 핵심축은 매일 미사 참례이거든요. 2006년에 성령 하느님을 너무나 강렬하게

체험한 이후, 그때의 그 은사로 매일 미사 참례가 일상으로 굳혀졌어요. 장거리 통근을

하는 동안에는 역방향이었던 이곳까지 왕복 40분간을 더 들여 가며 새벽미사도 거르지

않았을 정도였지요.

 

여전히 저는 웬간해서는 매일 미사를 궐하지 않습니다. 살아 가는 이유와 의미가 미사

참례에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입니다. 그 덕분에 매일매일 행복하고 기대됩니다.

 

그저께 밤부터 미사를 가려는데, 정말 가기 싫었어요. 이대로 누우면 좋겠다는 생각이

너무나 강렬했지만 사탄의 꼬임일 수도 있다고 여기는 마음이 없지 않아 할머니를 모시고

미사에 갔는데, 눈을 똑바로 뜨고 신부님을 쳐다 볼 수도 없을 만큼 지치더군요. 죄송하지만

미사 중에 눈을 거의 감고 있었네요. 졸립진 않았고요. ^^

 

그러다 간밤엔 정말로 미사에 안 갔습니다. 이안네 집에서 돌아와 그대로 누워버렸으니까요.

이안 엄마도 너무 많이 불어난 체중을 감량하느라 한의원에서 받아온 약을 먹으며 다이어트

중이라 기운도 떨어지고, 기분 역시 다운 되어 지냅니다. 그래서 엄마가 조금 더 도와 주길

기대하는 측면도 없진 않은데 저도 미사 참례와 피아노 레슨 만큼은 양보할 수 없는 일이라

그 정도의 선에서 머물러 있지요.

 

사실, 베이비 시터를 고용하지 않는 한 글라라만큼 친정 엄마 찬스를 잘 쓰고 있는 경우도

드물다는 것을 즈이 친구들을 보면서 잘 알고 있더군요. 글라라가 휴직 중인데다 새 아파트를

구입하면서 대출을 많이 받았기 때문에 베이비 시터를 부를 수 없으니 친정 엄마가 돕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에요.

 

사위가 울 펠릭스에게 슬쩍 이야기하더랍니다. 자기는 주말이 너무 힘들다고... ㅎㅎ 주말엔

즈이 부부가 아기를 책임지라며 금요일부터 주일까지는 제가 가지 않거든요. 육아가 얼마나

힘든 일인지 직접 체험해 보아야 사위도 장모의 고충을 이해하리라 싶어 그리하는 측면도

있습니다. 한편으로 내가 장모가 아닌 친모였다면 아들이 주말에 고생하는 게 안스러워서

내내 도왔을런지도...

 

아뇨, 머리로 생각하는 것과 가슴으로 느끼는 데엔 한계가 있지요. 딸 부부도 고생을 해

봐야 해요. 그래야 엄마를 이해하지요. 몸살이 났는데도 천 근 만 근 무거운 몸으로 딸네

집에 가서 이런 저런 일들을 해주고 집에 와선 앓아 눕고...

 

어여 어여 시간이 흘러 이안이가 무탈하게 잘 자라서 저도 평안해 질 수 있기를~ 그러려면

몇 년은 걸릴 것이고, 그러다가 저는 폭삭 늙어갈 테지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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