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내음

유아 세례

수성구 2021. 5. 12. 06:02

유아 세례

 

구만리 외지에서 둘째 손 주가 태어나 첫째를 보름째 우리가 돌보고 있습니다.

늦었지만 이 기회에 유아 영세 신청했더니 두서에 신경이 쓰였는데, 저도 현실감각이 많이 떨어지나 봅니다.

아들 교적이 이곳에 있어, 면담 시 신부님께서 "아들 신앙 점수로는 유아 세례를 줄 수 없지만 조부모를 보고 준다." 하셨어요.

신앙 가정에서 자란 아들이어서 어련히 그르려니 했기에 신혼 때부터 신앙을 우선으로 살도록 다잡지 않았고 절대적으로 강조 못한 것이 제 불찰로 여겨집니다.

특히 객지에서 직장생활과 병행하기란 쉽지 않겠기에 주위에 신앙생활에 열심 한 젊은 분을 보면 은총으로까지 느껴지더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떡잎시절부터 믿음의 뿌리가 견고해지길 바라는 게 부모의 심정인가 봐요.

혹시나 실수할까 봐 사무장님에게 몇 번이나 전화를 하고 아들 또래 대모 구하기도 힘들어 남편이 한사코 만류하는 60대 지인 자매님에게 우선 부탁했습니다.

첫 영성체 때면 그분이 70대가 되고 또한 외지일 것이므로 대모를 바꾸는 것까지 감안했죠.

저도 그리해봤으므로 대모 서기를 거부하는 심정 이해하기에 신앙과 연관시키고 싶진 않습니다.

대녀가 여럿이지만 제대로 관리가 안 되어 후회하는 것과, 한두 명인 데도 열심히 신앙생활을 했을 때 그처럼 "골라가며 대모를 서야 된다."는 인식과의 차이를 두고 말입니다.

저녁 먹이고 씻겨서 어제저녁 미사 중에 "보례"를 받았습니다.

익숙지 않은 성전과 차가운 성수에 놀란 애가 울어대서 후미에서 안고 미사에 임했는데, 현 시국 탓에 뜸 한 "유아 세례"의 모습이었던지? 교우님들이 듣기 좋은 말 한마디씩 해주셨어요.

여기까지만 해도 애가 쓰였으나 이후의 신앙은 아들 내외에게 맡기고 첫 영성체 못하면 의미가 없기에 경각심을 유지토록 단호히 숙지시킬 것입니다.

주님, 감사합니다. 하라(나탈리아) 잘 돌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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