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 기도

잡초 뽑기

수성구 2021. 3. 18. 03:38

잡초 뽑기

어느 교우가 사제관 뒤뜰을 잘 정리해 주어

아침 저녁으로 시간날 때

장미꽃이나 채소에 물을 주거나

잡초를 뽑아준다.

 

사제관 뒤뜰에는 장미, 다알리아, 개나리,

사과나무가 심겨져 있고,

텃밭에는 고추, 상추, 부추, 청경채,

토마토, 가지, 오이가 심겨져 있다.

 

이곳은 물이 귀하고 태양이 뜨거워 모든

식물들이 잘 자라지 못하니 인간이

신경을 써서 잘 돌보아 주어야 한다.

 

이곳 사막은 참 물이 귀해서 그런지

조금이라도 물을 주고 나면

비둘기나 까마귀나 참새들이 날아든다.

그들도 본능적으로 갈증을 느끼기에

물냄새를 맞는 것 같다.

 

그러나 날아든 비둘기나 까마귀는 날씬하다.

내가 서울 장충단 공원이나 LA에서

본 비둘기는 너무 많이 먹어 살이 쩌서

잘 날지도 못하던데, 여기 새들은

사막이라 먹을 게 없어 날씬하다.

 

이런 새들을 보면서도 자본주의의

부조리인 빈익빈 부익부를 묵상하고,

다이어트의 기본은

소식(小食)이라는 것을 생각해 본다.

 

그런데 아침 저녁으로 물을 주다 보면,

한가지 느끼는 것이 있다. 어제

호미질을 해서 분명히 잡초를 뽑았는데,

하루 이틀 뒤면 또 잡초가 나와 있다.

 

특히 이곳 사막에서는 부추가

잘 자라지 않는데, 그 부추사이에 아니

부추와 엉켜있는 잔디를 보면 화가 난다.

그리고 그 뿌리들은 땅속에서

얼키설키 대단하다. 그래서 잔디는

밟아도 밟아도 다시 자생하는 모양이다.

 

며칠 전에 안하던 호미질을 해서 손에

물집이 잡혔다. 그래도 처음 이곳에 왔을

때의 엉겅퀴만 난무하던 그 시절을

생각하면 성모상 주위로 아침 저녁으로

서늘할 때 묵주기도하며 다닐 수 있어 좋고,

그래도 해가 없을 때 물을 한차례 줄 때는

농부의 심정이 된다.

 

LA 수녀원에서 들은 정보로 공 CD가

햇빛에 반짝이는 효과가

새들의 눈을 부시게 하는 건지 몰라도

허수아비 구실을 한다고 해서

새들이 날아와 채소에 손을 못되게

공 CD를 줄에 걸어 두었다.

 

애써 농사지은 것들을 산에서 맷돼지가

내려와 풍지박산을 만들어 놓았을 때의

농부의 심정을 묵상해 본다.

 

 

 

 

마태오 복음 13장 24~30절에는

가라지의 비유가 나오고,

36절 이하에는 가라지의 비유에 대한

설명이 나온다.

 

분명히 밀밭에 좋은 씨를 뿌렸는데,

사람들이 자는 동안에 그의 원수 악마가

와서 밀 가운데에 가라지를 덧뿌리고

갔다고 나온다.

 

식물의 종자로 볼 때는 밀은 밀이고,

가라지는 가라지이다.

밀이 가라지가 될 수 없고, 가라지가

밀이 될 수 없다.

 

그러나 이것이 인간의 정신 성분이나

영혼의 상태를 비유할 때에는

교만과 나태와 죄에 의해 밀이 가라지가

될 수 있고, 회개와 수련, 교육과 은총에

의해 가라지도 밀이 될 수가 있다.

 

변화의 가능성을 부정하는 것은 영들의

존재를 부정하는 것이다.

 

그러나 채소에 물을 주고 잡초들을

뽑으면서 이 작업은

항상 늘 끊임없이 이루어져야 하며,

잡초로 비유되는 악의 뿌리도 결코

만만치 않기에 근본적이고

본질적인 문제를 다루어야 함을 느낀다.

 

이곳 태양이 만만치 않아 꽃잎과

채소의 잎들이 타 들어가는 것을 보면서

정말로 밭에 심겨진 것들이

좋은 결실을 맺으려면, 적절한 환경

적당한 햇빛과 물과 바람이 필요함을

절실히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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