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어떤 그리운 이름이 생각 나시는 지요
오늘,
공세리 논에 백로새끼 한 마리 숨어있다.
길게 줄 서 있는 화장실 앞에서 배를 움켜쥔
새 앞줄에 선 사람에게 양보를 부탁하는 유머가 있었습니다.
"제가 너무 급해서.. 그러는데.. 먼저 실례 좀 ..하면 안될까..요?"
부탁받은 이가 온갖 몸 언어를 동원해서 들려주는 거절의 요지는
간단하고 명료합니다.
"너는 말, 이, 라, 도, 나오지!"
'가장 고백하기 힘든 사연이 그 사람 생에서 가장 소중한
의미를 지닌다' 는 어느 소설의 첫 문장은,
그래서 깊은 우물물처럼 혹, 숨을 들이키게 합니다.
가장 깊고 절박한 것들은 잘 드러나지 않습니다.
삼의 갈래길에서 꼭꼭 봉인되어 있던 자신의 사연을
털어놓을 누군가가 존재했다면 그것은 축복입니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외쳤던 이 말보다 더 개운하게
가슴이 뻥 뚫리는 듯한 그 느낌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요...
그런 점에 본다면 홀가분하게 살기 위한 첫 번째 조건은,
자신의 가장 고백하기 힘든 사연을 훌훌 털어놓을
누군가를 만드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혹시 어떤 그리운 이름이 생각 나시는 지요...
- 정혜신 에세이
해돋이,
강을
파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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