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합/오손 도손 나눔

칸트의 양심

수성구 2020. 10. 23. 04:38

칸트의 양심

 

 

임마누엘 칸트는 도덕 철학을 높이 세운 위대한 철학자이다.

그의 묘비에는 이런 글이 씌어 있다.

"생각을 거듭할수록 감탄과 경외로

나의 마음을 가득 채우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나의 머리 위에 별이 총총히 빛나는 하늘이며,

다른 하나는 내 안의 도덕법칙이다."

하늘의 별처럼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 양심이

자기 마음속에 또렷이 빛나고 있다는 것이다.

칸트가 도덕법칙을 강조한 데에는 아버지의 영향이 컸다.

어느 날 그의 아버지가 말을 타고 산길을 지날 때였다. ​

강도들이 그에게 가진 것을 빼앗은 뒤 물었다.

“숨긴 것이 더 없느냐?”

"없습니다.”

"그림 이제 가거라.”

물건을 모두 빼앗은 강도들은 그를 놓아주었다.

그런데 길을 가던 칸트의 아버지는

바지춤에 몰래 숨겨둔 금 덩어리가 있음을 뒤늦게 발견했다.

그는 강도들에게로 다시 돌아갔다.

“조금 전에는 경황이 없어 숨긴 게 없다고 했지만

지금 보니 이 금덩이가 남아 있었습니다. 받으십시오.”

말에 강도들은 멘붕에 빠지고 말았다.

 

 

강도는 빼앗은 물건들을 돌려주면서

그 앞에 엎드려 용서를 빌었다.

감나무에 감이 열리고

배 나무에 배가 열리는 법이다.

정직한 아버지에게서 양심의 횃불을 밝힌

위대한 철학자가 태어날 수 있었다.

미국에서 열린 전국 철자 맞히기 대회에서 있었던 일이라고 한다.

열 세살 소년이 echolalia의 철자를 틀리게 얘기했으나

심사위원이 잘못 듣고 맞았다고 하는 바람에 다음 단계로 넘어가게 되었다.

아이는 자기가 틀렸다는 사실을

심사위원에게 솔직히 털어놓았고 결국 탈락했다. ​

다음 날 뉴욕타임스는 이 정직한 아이를

'철자 대회 영웅'으로 신문에 소개했다.

아이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더러운 인간이 되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

우리 사회에선 지도층 인사들이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하고

증거가 드러나도 갖은 변명으로 책임을 회피한다.

그들의 마음속에 칸트처럼 빛나는 양심이 존재하기는 하는 걸까.

정직한 사람이 바보 취급을 당하는 환경에서

한국의 '철자영웅'이 태어날 수 있을까. ​

마음이 천근처럼 무거워지는 오늘이다.

 

- 옮겨 온 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