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합/감동의 스토리

꺼져버린 휴대폰|◈─……

수성구 2019. 7. 3. 03:12

꺼져버린 휴대폰|◈─……감동의스토리

       




꺼져버린 휴대폰

 .

오늘은 한달 중 제일 기다려지는 용돈 받는 날.

그러나 오늘이 더욱더 기다려진 까닭은

수학여행 준비로 용돈을 좀더 넉넉히 주시지

않을까 하는 기대 때문이었다.

하지만 나의 예상을 비웃기라도 하듯

내 손에 쥐어진 돈은 평소와

다를 바 없는 3만원.

참고서 사랴, 학용품 사랴.

정말 3만원 가지고 무얼 하라는 건지.

그리고 또 모레가 수학여행인데.

나는 용돈을 적게 주는 엄마에게

화풀이를 하고 집을 나섰다.

수학여행인데...

평소에 쓰던 가방 가져가기도 민망하고...

신발도 새로 사고 싶었는데...

내 기대는 산산조각이 나버렸다.

기대했던 내가 바보였다.

  

  

생각할수록 화가 났다.

교실에 도착했다.

내 속을 긁기라도 하듯

내 짝꿍이 용돈 넉넉히 받았다며

친구들에게 자랑을 하고 있었다.

"나 오늘 수학여행때

가져갈거 사러 가는데 같이안갈래?"

한창 신나게 아이쇼핑을 즐기고 있을 때

마침 엄마에게서 전화가 왔다.

나는 괜히 화가 나서 전화를 받지 않았다.

30분 후 다시 벨이 울렸다.

엄마였다...

나는 핸드폰을 꺼버리고

밧데리까지 빼버렸다.

그리고 신나게 돌아다녔다.

    

집으로 돌아오는데

아침에 있었던 일이 떠올랐다.

괜히 화를 낸 것 같다.

생각해 보면 신발도

그렇게 낡은 것은 아니었고

가방은 옆집 언니에게서

빌릴 수도 있었던 것이었다.

  .

집에 도착하면 제일 먼저 엄마에게

미안하다는 말부터 해야지

집에 도착했다.

벨을 누르니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

아참! 엄마가 오늘 일나가는 날이었지.

집으로 들어가자마자

습관대로 텔레비전을 켰다.

드라마가 나와야 할 시간에 뉴스가 나왔다.

뉴스 속보였다.

이게 웬일인가.

내가 자주 타는 대구

지하철에 불이 난 것이다.

어떤 남자가 지하철에 불을 냈다.

   

 

순식간에 불이 붙어

많은 사람들이 불타 죽었다는

내용의 기사가 나오고 있었다.

집에 도착했을 때부터

꽤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엄마는 아직 집에 도착하지 않았고

텔레비전에서는

지하철 참사에 대한 이야기가

계속해서 이어졌다.

 .

갑자기 불안한 마음이 엄습해 왔다.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통화 연결음만 이어지고 있었다.

몇 번을 다시 걸어봐도 마찬가지였다.

불안한 마음으로 수화기를 내리고,

꺼버렸던 핸드폰을 다시 켰다.

   

 

문자 다섯 통이 와있었다.

엄마가 보낸 문자도 두통이나 있었다.

엄마가 보낸 첫 번째 문자를 열었다.

용돈 넉넉히 못 줘서 미안해.

쇼핑센터 들렀다가 집으로 가는 중이야.

신발하고 가방 샀어.”

 .

나는 첫 번째 문자를

들여다보며 눈물을 흘렸다.

다시 정신을 차리고

두려운 마음으로 두 번째 문자를 열었다.

"미안하다. 가방이랑 신발 못 전하겠어.

돈까스도 해주려고 했는데...

미안...

내 딸아...

사랑한다..."

-옮긴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