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합/행복 가득한곳

떡국 한 그릇|◈─……

수성구 2018. 2. 16. 08:15

떡국 한 그릇|◈─……행복가득한곳

           

 

"떡국 한 그릇" 


섣달 그믐 
어머니의 한숨처럼 눈발은 그치지 않고 
대목장이 섰다는 면소재지로 어머니는 
돈 몇 푼 쥐어 들고 집을 나서셨다
사고 싶은 것이야 
많았겠지요, 가슴 아팠겠지요 
섣달 그믐 대목장날 
푸줏간도 큰 상점도 먼발치로 구경하고 
사과며 동태 둬 마리 대목장을 봐오시네 
집에 다들 있는 것인디 돈 들일 것 있느냐고 
못난 아들 눈치보며 두부전, 명태전을 부치신다 
큰형이 내려오면 맛보이신다고 
땅 속에 묻어 뒀던 감을 내어 오시고 
밤도 내어 오신다. 배도 내어 오신다 
형님의 방에는 뜨근뜨근 불이 지펴지고 
이불 호청도 빨아서 곱게 풀을 멕이셨다 
이번 설에는 내려 오것제 
토방 앞 처마끝에 불을 걸어 밝히시고 
오는 잠 쫓으시며 떡대를 곱게 써신다 
늬 형은 떡국을 참 잘 먹었어야 
지나는 바람소리 
개 짖는 소리에 가는 귀 세우시며 
게 누구여, 아범이냐 못난 것 같으니라고 
에미가 언제 돈보따리 싸들고 오길 바랬었나
일년에 몇 번 있는 것도 아니고 
설날에 다들 모여 
떡국이나 한 그릇 하자고 했더니 
새끼들허고 떡국이나 해먹고 있는지 
밥상 한편에 식어가는 떡국 한 그릇 
어머니는 설날 아침 떡국을 뜨다
목이 메이신다! 
목이 메이신다! 
목이 메이신다! 
좋은글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