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 뿌리는 사람이 씨 뿌리러 나갔다|………◎ 전삼용♡신부
씨 뿌리는 사람이 씨 뿌리러 나갔다
연중 제3주간 수요일 복음: 마르코 4,1-20
마이클이 전화를 잘못 걸었다는 것을 알아차렸습니다. 전화기를 내려놓으려는 순간 누군가 전화기를 들고 “전화 잘못 걸었소!” 하고는 바로 전화가 끊겼습니다. 마이클은 이상한 기분이 들어 다시 같은 번호를 돌렸습니다.
“전화 잘못 걸었다고 하지 않았소!”
여전히 그 목소리였습니다. 그리고는 또다시 꽝 하고 전화 끊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마이클은 뉴욕 시경에 근무하는 경찰입니다. 그는 경찰의 호기심이 발동했습니다.
‘잘못 걸려온 전화라는 걸 어떻게 알았을까?’
그는 세 번째로 그 집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그 남자가 대뜸 따지기 시작했습니다.
“어이, 또 당신인가?”
“네, 접니다. 제가 한 마디도 하지 않았는데 어떻게 잘못 걸린 전화라는 걸 아셨는가 궁금해서요.”
“그런 건 당신 스스로 알아내라구!”
또다시 꽝 하고 전화가 끊겼습니다.
그는 손가락 끝에 수화기를 매달고 잠시 앉아 있다가, 다시 그 남자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그가 대뜸 소리쳤습니다.
“아직도 못 알아냈나?”
“제가 생각할 수 있는 건 ... 당신에게 전화 걸 사람이 아무도 없는 것 같다는 겁니다.”
“잘도 알아내셨군!”
네 번째로 전화가 뚝 하고 끊겼습니다. 마이클은 또다시 번호를 돌렸습니다.
“이번엔 또 뭘 알고 싶은 건가?”
“전 그냥 ... 인사나 하려고 전화를 걸었습니다.”
“인사라고? 왜지?”
“아무도 당신에게 전화를 걸지 않는다면, 저라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좋소. 안녕하시오. 이렇게 성가시게 구는 당신은 도대체 누구요?”
마이클은 자기소개를 했고, 그도 조금씩 자기를 열었습니다.
“내 이름은 아돌프 메트요. 나이는 여든여덟이고, 지난 20년 동안 하루에 이렇게 잘못 걸린 전화를 많이 받은 건 오늘이 처음이오!”
그 말에 둘이 동시에 웃었습니다. 그리고 둘은 매일 전화를 하는 친구가 되었습니다. 마이클도 고아로 자라서 아버지라는 느낌을 아돌프를 통해 받았고, 아돌프도 친구를 얻게 되었습니다. 아돌프는 자신이 겪은 전쟁 이야기부터 시작하여 그가 성취하여 얻은 것이나, 잃어버려 아쉬운 것들까지도 재미있게 이야기 해 주었고, 마이클은 그에게 이것저것 자문을 구하기도 하였습니다.
넉 달 넘게 이렇게 좋은 친구로 지내고 마이클은 이젠 얼굴을 보아도 되겠다 싶었습니다. 아돌프 씨의 생일에 그의 아파트로 차를 몰았습니다. 두렵고 설레는 마음으로 문을 두드렸습니다. 그러나 아무 대답도 없었습니다. 경비원이 말했습니다.
“아돌프 씨는 그저께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는 돌아오면서 허공에 대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돌프 씨, 난 그때 전화를 잘못 건 게 아니었어요. 어쨌든 당신은 내 친구가 되었으니까요.”
저는 씨 뿌리는 사람의 비유를 읽으면서 씨 뿌리는 사람이 참 바보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왜 씨 뿌리는 사람은 새가 집어먹을 줄 뻔히 알면서 길 위에도 씨를 뿌리고, 자라다 말 것을 알면서도 돌밭에 뿌리고, 숨 막혀 열매를 맺지 못할 것을 알면서도 가시밭에 뿌릴까?’
물론 성서학자들은 그 때는 씨앗을 흩뿌리는 것이기 때문에 그런 곳에 충분히 떨어질 수 있다고 말할 것입니다. 그러나 참으로 씨앗이 귀중하게 생각된다면 그렇더라도 낭비할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마이클은 왜 굳이 퉁명스럽게 전화를 끊는 그 사람에게 끝까지 전화를 걸었던 것일까요? 본인도 무언가를 기대했던 것입니다. 외롭게 고립되어 혼자 죽어가는 그 사람뿐만 아니라 마이클도 누군가가 필요했습니다. 사람은 그 누구도 혼자 인간답게 살아갈 수 없습니다.
오늘 비유에서 예수님은 씨 뿌리는 사람이 자신이라고 하십니다. 씨 뿌린다는 것은 그 씨가 아무런 열매를 맺지 못해도 끊임없이 뿌리는 분이십니다. 어떤 이들이 그 말씀을 받아들여 당신과 친교를 이루면 좋지만 그렇지 않아도 사람을 구별하지 않고 당신의 말씀의 씨를 뿌리시는 분인 것입니다.
우리도 모두 씨 뿌리는 사람들입니다. 그 말씀의 씨가 주님으로부터 주어졌기 때문입니다. 씨가 주어졌는데 씨 뿌리지 않는다면 더 이상 씨 뿌리는 사람이 아닙니다. 그리스도를 닮은 참 그리스도인은 아니란 뜻입니다. 그리스도는 평생을 씨 뿌리다 가셨습니다. 왜냐하면 씨 뿌리는 사람이셨기 때문입니다.
씨 뿌리다 보면 어떤 때는 길과 같은 사람을 만나서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고, 어떤 사람은 급 반기다가도 바로 식어버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어떤 사람은 주저주저 하며 확실한 열매를 맺지 못합니다. 그래도 씨 뿌리는 사람은 씨를 길에도, 돌밭에도, 가시밭에도 뿌립니다. 그것이 열매를 맺든 맺지 않던 나는 씨를 뿌리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받아들여지지 않는 두려움, 그것은 누구에게나 있습니다. 그러나 그 두려움에 지면 더 이상 씨 뿌리는 사람이 되지 못합니다. 씨 뿌리는 사람은 씨 뿌리러 나가야 합니다. 우리는 씨 뿌리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스페인 속담에 이런 말이 있다고 합니다.
“친구가 없는 삶은 지켜보는 이 없는 임종과 같다.”
예수님은 우리를 벗이라 부르셨습니다. 우리 또한 우리 씨앗을 내어주며 많은 벗을 사귀도록 합시다.(2014)
- 전삼용 신부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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