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합/새벽을 열며

2017년 11월 3일 연중 제30주간 금요일|

수성구 2017. 11. 3. 07:18

2017년 11월 3일 연중 제30주간 금요일|새벽을 열며

       

빠다킹 신부와 새벽을 열며
2017년 11월 3일 연중 제30주간 금요일

제1독서 로마 9,1-5

형제 여러분, 1 나는 그리스도 안에서 진실을 말하고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나의 양심도 성령 안에서 증언해 줍니다. 2 그것은 커다란 슬픔과 끊임없는 아픔이 내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다는 것입니다.
3 사실 육으로는 내 혈족인 동포들을 위해서라면, 나 자신이 저주를 받아 그리스도에게서 떨어져 나가기라도 했으면 하는 심정입니다. 4 그들은 이스라엘 사람입니다. 하느님의 자녀가 되는 자격, 영광, 여러 계약, 율법, 예배, 여러 약속이 그들에게 주어졌습니다. 5 그들은 저 조상들의 후손이며, 그리스도께서도 육으로는 바로 그들에게서 태어나셨습니다.
그분은 만물 위에 계시는 하느님으로서 영원히 찬미받으실 분이십니다. 아멘.


복음 루카 14,1-6

1 예수님께서 어느 안식일에 바리사이들의 지도자 가운데 한 사람의 집에 가시어 음식을 잡수실 때 일이다. 그들이 예수님을 지켜보고 있는데, 2 마침 그분 앞에 수종을 앓는 사람이 있었다.
3 예수님께서 율법 교사들과 바리사이들에게, “안식일에 병을 고쳐 주는 것이 합당하냐, 합당하지 않으냐?” 하고 물으셨다. 4 그들은 잠자코 있었다.
예수님께서는 그의 손을 잡고 병을 고쳐서 돌려보내신 다음, 5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 가운데 누가 아들이나 소가 우물에 빠지면 안식일일지라도 바로 끌어내지 않겠느냐?” 6 그들은 이 말씀에 아무 대답도 하지 못하였다.



예전에 어떤 신부님과 함께 여행을 떠난 적이 있었습니다. 아름다운 경관이 있는 곳이었지요. 그런데 함께 하면서 답답함을 느끼는 순간들이 너무나 많았습니다. 어떤 목적지에 도착하면 도대체 떠날 생각을 하지 않는 것입니다. 제가 아무리 천천히 둘러봐도 이 신부님께서는 늘 한참 뒤에서 오시는 것이었지요. 그렇다면 도대체 무엇을 하시기에 천천히 오시는 것일까요? 아름답고 멋진 경관을 보시느라 늦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너무나 평범하다고 할 수 있는 나뭇가지, 들풀, 나뭇잎 등에 집중하다보니 답답할 정도로 천천히 오시니 저 역시 빨리 앞으로 갈 수가 없었습니다.

이 신부님께서는 사진 찍는 것을 너무나 좋아하셨고, 실제로 전문가 수준의 실력을 가지고 계십니다. 따라서 사진 촬영 때문에 늦게 오시는 것이었지요. 그런데 제가 보는 멋지고 아름다운 경관을 보는 것이 아니라 평범한 것들에 집중하고 계셨고, 이를 촬영하기 위해서 한 장소에서 오랫동안 기다리면서 태양 광선과 그림자를 최대한 이용하면서 평범한 것들의 특별한 모습을 보고 있었던 것입니다.

사진 촬영이 취미가 아닌 저로써는 무척이나 지루하고 답답했습니다. 하지만 여행 후에 신부님께서 보여주신 사진을 보고는 깜짝 놀랐습니다. 제가 미처 보지 못했던 아름다움을 평범한 모습에서 찾은 것이었습니다.

우리의 삶 역시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습니다. 너무나도 평범한 일상이라면서 지루하고 힘들어하는 경우가 많지 않습니까? 그러나 사진 촬영을 하는 것처럼, 조금만 더 시간을 내어서 좀 더 다른 면을 보려고 집중한다면 분명히 새롭고 멋진 모습을 발견할 수가 있을 것입니다.

주님께서는 우리들의 삶 안에서 집중하기를 원하십니다. 특히 사랑을 찾고 이 아름다운 사랑의 삶 안에서 기쁘게 살아가기를 원하십니다. 그런데 특별한 것만을 찾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요? 특히 세상의 관점으로만 바라보다보니 평범한 일상 안에서 느낄 수 있는 기쁨과 행복을 놓치는 것이 아닐까요?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안식일에 수종을 앓고 있는 사람을 치유해주십니다. 이 모습을 당시의 종교지도자들은 좋게 바라보지 못합니다. 율법에 어긋난 치료행위를 했다는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가장 중요한 사랑을 보지 못했던 이유는 율법 그 자체만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주님께서는 율법의 정신이 사랑에 있음을 분명히 말씀하시면서, 삶 전체에서 사랑의 실천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을 당신의 모습을 통해 보여주십니다.

사진작가가 평범한 것들 안에서도 멋진 사진을 만들어내는 것처럼, 우리의 평범한 일상 안에서 멋진 사랑의 실천을 이루어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주님의 뜻을 따르는 것이고, 주님과 함께 참 행복의 길로 가는 것이 됩니다.
우리만이 사랑할 수 있고, 이전에 그 누구도 우리만큼 사랑할 수 없었으며, 이후에 그 누구도 우리만큼 사랑할 수 없음을 믿을 때 진정한 사랑의 계절이 찾아온다(요한 볼프강 폰 괴테).


일상 삶 안에서 주님을 발견하세요.


기도와 묵상의 중요성.

블록을 이용해서 무엇인가를 만드는 ‘레고’라는 장난감을 아실 것입니다. 그런데 이 레고 회사는 2000년 초반에 큰 고민에 빠졌습니다. 어린이들이 레고보다 비디오 게임기에 더 몰두하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비디오 게임 시장에 뛰어듭니다. 또한 장난감도 조립하지 않고도 바로 가지고 놀 수 있는 쉬운 장난감을 만들었습니다.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2004년 레고 회사는 사상 최대의 적자를 냈다고 합니다.

시대의 흐름을 따르는 것이 현명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어린이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던 것입니다. 아이들을 오랫동안 관찰해보니, 어린이들이 직접적이고 즉각적으로 제공되는 즐거움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오랜 시간을 투자해서 어려운 기술을 익히고 이를 자랑하는 것에서도 큰 즐거움을 느낀다는 것을 발견한 것입니다.

삶 안에서 쉽게 단정하고 결론을 내릴 때가 많습니다. 그렇지만 이러한 판단이 늘 옳은 것은 아닙니다. 조금만 더 관심을 갖고 관찰해 나간다면 더 깊은 의미를 찾을 수가 있으며, 올바른 길을 향해 나아갈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주님과 함께 하는 기도와 묵상이 중요한 것이 아닐까요?


성지에서 딴 모과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