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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사랑입니다

수성구 2017. 3. 28. 02:40

결국 사랑입니다|묵상의 뜰

           



결국 사랑입니다

요한 복음 4장 43-54절


      그 사람은 예수님께서 자기에게 이르신 말씀을 믿고 떠나갔다.


      본당 신부로 있을 때 소아암 병동을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병실마다 병을 앓는 아이들로 가득 차고 피곤함과 간절함이 묻어난 얼굴로
      아이를 돌보는 어머니들이 병실과 복도를 오가고 있었습니다.
      아이를 위해 기도하려고 병실에 들어갔을 때, 어머니는 저를 반갑게 맞았습니다.
      기도하는 내내 그리고 병실에 있는 동안 아이 어머니는 밝게 웃으며 저와 아이를 번갈아 보았습니다.
      저 역시 어머니의 그 모습을 보며 웃음을 지어보였습니다.


      그런데 기도를 마치고 병실을 나오자 어머니는 참았던 눈물을 왈칵 쏟으며 말했습니다.
      “신부님, 우리 아이 괜찮겠지요? 나을 수 있겠지요?
      하느님께 기도하면서도 아이가 밤에 신음소리를 낼 때면 가슴이 무너져요. 모든 게 제 잘못 같아요.”
      고통과 나약함에 직면하면 무력해지는 것이 사람입니다.
      그러나 사람은 고통과 나약함 속에서 상상할 수 없을 만큼의 사랑을 체험합니다.
      그 사랑으로 자신이 누구이며 내 손길과 시선이 닿아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를
      새롭고 올바르게 알게 됩니다.
      십자가에 못 박히신 예수님의 무력함에서 하느님의 더할 나위 없는 사랑을 체험하듯.
      그 사랑으로 하느님이 누구이시며 사랑을 받는 내가 누구인지 알게 됩니다.
      아이의 어머니에게 이렇게 말해주었습니다.
      “걱정 마세요, 다 괜찮아질 것입니다. 하느님 사랑과 자매님의 사랑으로 아이는 나을 것입니다.”


      * 사랑은 모든 것을 이룹니다.


      강희재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