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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 1김환식'/좋은 시·아름다운 세상'

수성구 2014. 6. 14. 07:29

 

'좋은 시·아름다운 세상' 『詩하늘』詩편지

 

 

 

말 · 1

 

 

김환식

 

 

 

 

입 안에 갇혀 있을 때는

아무 것도 아니었던 것들이

얼떨결에. 불쑥 뛰쳐나와

온 산을 다 태울 불씨가 되는 것이다

참을 수 없는, 그

가벼운 유혹 때문에

덩달아 입술도 가벼워지는 순간

고삐 풀린 말들은

야생마처럼 허공을 질주하는 것이다

사소한 말 한 마디가

가장 소중한 사람을 죽일 수도 있고

한생을 한 순간에 무너트릴 수도 있다

그런 말 한 마디도

내 입 속에 가둬놓고 살 때는

노예처럼 맘대로 부릴 수 있는 것이지만

남의 귀로 불쑥 들어간 순간에는

나는 내 말의 노예로 살아야 할 것이다

 

 

 

 

 

 

ㅡ출처 : 시집 『참, 고약한 버릇』(지혜, 2013)

ㅡ사진 : 다음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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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말과 해서는 안 될 말이 있다

말이란 무기도 되고 약이 되므로

그 말을 해야 할 경우, 상대를 고려해서

신중하게 해야 한다

고운 말이 있는가 하면, 더러운 말도 있다

향기 나는 말이 있는가 하면, 시궁창 냄새나는 말이 있다

가벼운 말이 있는가 하면, 진중한 말이 있다

생각하고 하는 말이 있는가 하면

함부로 지껄여 어지럽히는 말이 있다

입 안에 있을 때는 내 말이나, 밖으로 나오면 내 말이 아니다

그러니 생각하고 배려해서 말해야 한다

말이 밖으로 나가서는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놀아난다

조심, 조심, 또 조심할 일이다

요새 개판인 곳이 많더라고, 그거 다 말 때문이던데

속 빈 것들이 지껄이는 말에는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다

심심한가, 그대.

바다에 가서 혼자 큰소리로 지껄이고 오시게

그리고 바람에게 미안하다 하고 입 씻고 오시게

 

 

 

 

                                 詩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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