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기억을 간직하려면
7월 다섯째주 연중 제18주일
어리석은 자야 오늘 밤에 네 목숨을 되찾아 갈 것이다.
(루카12.13-21)
좋은 기억을 간직하려면
(최인형 수녀. 노틀담 수녀원)
아내를 먼저 하늘나라에 보낸 구십 넘은 어르신이
남은 소원은 딱 하나.
내가 세상을 떠난 후 자식들이 잊지 않고 오래 기억해 주는 것입니다.하셨다.
평생 아내와 자식밖에 몰라 가족들 편히 살게 하려고 알뜰히 재산 모으고
그걸 잘 물려주는 것만이 생의 목적이었던 분이다.
그렇게 하면 자식들에게 존경과 아낌없는 보살핌을 받을 줄 알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자녀들은 엄청난 상속 재산에 대한 아버지의 노고에 감사는커녕
더 가지려는 욕심만 활활 불타는 사람들이 되어갔다.
재물은 효도와 우애를 키워주기는 커녕
맹렬히 다투는 갈등과 불화의 씨앗이 되었다.
어르신은 자신을 위해서는 제대로 한 번 써 보지도 못한
전 재산을 물려주고도 다툼 중인 자식들과 친인척 집을 전전하며
마음 불편하고 쓸쓸한 시간을 보내다 생을 마감했다.
나는 어르신이 좋은 아버지가 되고 싶었으나
어리석은 부자가 되고 만 결과 앞에서 생각이 많아졌다.
왜 좋은 기억을 만드는데는 소홀하고 화가 될 재산만을
그토록 목숨처럼 지키셨을까?
생의 목표가 내 가족만이 아닌 하늘나라의 부유함을 찾으며
이웃도 살필 줄 아는 것이었다면 어땠을까?
다정한 추억 하나라도 더 저축했더라면 좋았을텐데
그런 시간보다는 은행이 더 가까웠던 삶이 무척 안타까웠다.
돌아보니 지나온 내 시간표 안에서도 그랬다.
사람들이 기억해주는 것은 내 기대와는 달리
성과보다는 외려 작고 살가운 정이었다.
일에 쏟은 열정도 적지 않건만 `그때 일 참 잘했지. 정말 수고했어` 하는 말보다
학교 가던 날 수녀님이 싸준 간식 도시락이 아직도 생각나요.
그때 해준 밥 맛있었어요..라고 나는 기억도 못 하는 말을 한다.
요새는 맛집 앞에 길게 줄서는 풍경을 흔히 본다.
그러나 진짜 좋은 기억을 간직하려면 사랑하는 이들에게
땨뜻한 밥 한 끼 차려주려고 남녀불문 부엌 앞에 설일이 아닌가 싶다.
아무리 맛집이 많아진 세상이지만 우리는 모두 가족이 다정히 둘러앉아
오순도순 이야기하며 먹는 집밥에 대한 그리움이 크지 않은가?
많이 가지는 것. 내 곁의 사람들과 아름다운 기억을 만들고
의미 있는 일을 하는 것이 행복감을 높인다.
그래서 예수님은 마음이 가난한 이가 행복하다..고 강조하셨나 보다.
잠시 지나는 이 세상에서 의미 있는 삶을 살아가려면
재물보다 좋은 기억을 모은 것이 훨씬 중요해 보인다.
나는 누구에게 어떻게 좋은 기억이어야 할까?
(가톨릭 다이제스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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