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합/주님의 향기

하느님 나라로 가는 이정표

수성구 2022. 7. 22. 06:32

하느님 나라로 가는 이정표

7월 둘째주 연중 제15주일

네 이웃을 네 몸같이 사랑하여라 (루카 10.25-37)

 

하느님 나라로 가는 이정표

(윤행도 신부. 마산교구 경화동성당 주임)

 

오래전 마산교구에 있는 순교복자 성지 다섯곳을 혼자 도보 순례한 적이 있다.

거제도 윤봉문 요셉 순교복자묘소에서 출발하여

김해 진영의 신석복 마르코 묘소까지 200Km 남짓한 거리를

나흘 동안 걷고 또 걸었다.

당시만 해도 순례 안내책도 지도도 없고. 내비게이션도 없어

일반 지도와 도로 이정표에 의지하여 배낭 하나 달랑 메고 무작정 걷기 시작했다.

 

 

순교복자 묘소가 대부분 한적한 곳에 있어 길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이정표와 지도를 보며 한참을 걷다 보면 이상한 길로 접어들기도 했다.

체력이 좀 있을 때는 투덜대며 돌아서 갔지만 지쳐 갈수록

갔던 길을 되돌아온다는 것이 정말 힘들고 고통스러웠다.

이정표를 제대로 만들어 놓지 않은 공무원들이 원망스럽고

길을 제대로 찾지 못한 내가 한심 스러웠다.

 

 

성지순례를 위해 걷는 길에서 조차 불과 몇 Km 정도 길을 잘못 들었음에도

이런 고통과 원망이 쏟아지거늘. 내가 태어나면서 부터 걷기 시작한 길.

신앙인으로서 걷는 길.

하느님 나라로 가는 길을 제대로 가지 못하고 있다면 얼마나 난감할까?

하느님 나라로 가는 길은 지도도 이정표도 없고.

아무리 좋은 내비게이션이라 해도 알려주지 못한다.

성경에 기록된 예수님의 말씀을 토대로 각자가 알아서 찾아가야만 한다.

말씀은 하느님 나라를 찾아가는 좋은 이정표다.

 

 

예루살렘에서 예리코로 내려 가는 길에 어떤 사람이 강도들을 만나

초주검이 되어 쓰러져 있었다.

그런데 그 길을 가던 사제나 레위인은 그를 보고도 도움을 주는 대신

외면하고 반대쪽 길로 지나간다.

마침 어떤 사제가 그 길로 내려가다가 그를 보고서는

길 반대쪽을 지나가 버렸다.

 

 

레위인도 마찬가지로 그곳에 이르러 그를 보고서는

길 반대쪽으로 지나가 버렸다.

사제도 레위인도 다니는 그 길은 신앙적으로 매우 중요한

하느님 나라로 가는 길일 수 있었다.

 

 

내가 한 일이 아닌데. 다른 사람이 도와주겠지.

갈 길이 바빠서 등등. 적당한 구실을 찾아가며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외면하는 것은 길 반대쪽으로 가는 것이며 하느님 나라에서 멀어지는 것이다.

내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외면하지 않도록 해야겠다.

그리하여 하느님 나라로 가는 올바른 길을 걸어야겠다.

 

(가톨릭다이제스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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