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합/시와 좋은 글

화내면 화내고 힘들 땐 쉬어

수성구 2022. 6. 30. 04:59

화내면 화내고 힘들 땐 쉬어

홍성남 신부의 속풀이 처방전 2 중에서

 

화내면 화내고 힘들 땐 쉬어

 

어느 날 한 자매가 찾아와 걱정거리를 털어놓았습니다.

신부님. 딸내미가 남자친구하고 헤어지고 나서 이상해졌어요

벌써 며칠째 자기 방에서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저러다 죽을까봐 걱정됩니다. 제가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방에 콕 처박혀 울고불고 한숨 쉬고 있는 달을 보면 어떤 부모라도 걱정하게 마련입니다.

하지만 그 자매의 걱정처럼 정말로 죽을까요? 아니면 더 건강해질까요?

 

 

사람들은 충격적인 사건을 겪고 나면 대체로 두 가지 반응을 보입니다.

다른 사람들을 만나 술을 마시고 한탄하거나. 두문불출하며 혼자 꼼짝 않고 있거나.

이 두 가지 모습에 대한 주위 사람들의 반응도 대조적입니다.

전자에게는 `건강하군` `잘 털고 사네` 등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반면

후자에게는 어휴. 속 터져. 무슨 방 귀신이 씌었나. 저러고 있게

천생 꽁생원이군..하며 비아냥거리거나 답답해하지요.

 

 

그렇다면 영성심리에서는 어떻게 평가할까요?

일반인들과는 정 반대로 해석합니다.

상처를 잊기 위해 다른 사람들을 찾아다니는 이들은 혼자 있기를 두려워하는 사람.

불편한 감정에 직면하기를 견디지 못하는 허약한 사람으로 여기는 것입니다.

이런 사람은 오히려 내적 상처가 쉽게 아물지 않고 오래간다고 합니다.

상처를 돌보지 않고 겉도는 삶을 살기 때문입니다.

 

 

마음에 깊은 상처를 입었는데도 활발하게 다니던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심각한 우울증에 걸리거나 자살까지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반대로 혼자 끝끙 앓는 이들은 건강하다고 합니다.

왜 그럴까요?

실연하거나 사별한 사람들이 방 안에서 나오지 않고 폐인 같은 몰골로 누워 있어도 괜찮은 까닭은

과거의 기억을 정리하고 자신이 겪은 상실의 의미를 파악하는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혼자 감정의 밑바닥까지 내려가 보는 시간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자기만의 방에 홀로 있으면서 조용히 슬픔에 빠져 있는 시간은

마음의 치유를 얻기 위해 꼭 필요합니다.

그렇게 혼자서 속을 썩는 시간을 갖다보면 된장 냄새가 날 지경이 되지요.

심리적 발효 과정이라고 할까요.

이 과정을 거치면서 성숙한 자아가 생기는 것입니다.

 

 

사람과의 관계에서 성숙한 자아를 갖고 싶은 분들은

매일 잠깐이라도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기를 꼭 권합니다.

수도원에서 며칠 피정을 해보는 것도 권합니다.

홀로 지내야 어울려 잘 지낼 수 있기 때문이고.

삶의 문제에 직면했을 때는

골방에 틀어박혀 내면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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