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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마다 제 길에서 하느님을 향해

수성구 2022. 6. 28. 01:55

저마다 제 길에서 하느님을 향해

 

저마다 제 길에서 하느님을 향해

(탁은수 베드로 언론인)

 

수십 년이 훨씬 지난 고등학교 때의 일입니다.

본당 신부님이 돌연 주일학교 고등부의 활동 중단을 선언하셨습니다.

몇 가지 불미스러운 일이 이유였던 것 같습니다.

고등부 셀 운영을 준비하던 동기들은 그야말로 멘붕. 위기에 빠진 고등부를 살리기 위해

동기들이 궁리한 방법은 `기도`였습니다.

신부님이 보란 듯 매일 미사에 참여하고 미사 후에 남아

하느님께 고등부와 함께해 달라고 기도했습니다.

참여하는 학생이 늘어나자 마침내 신부님께서 학생들을 부르셨습니다.

 

 

신부님의 걱정과 학생들의 바람을 서로 이야기한 뒤에 열심히 공부할 것등을 조건으로

고등부 활동을 허락하셨습니다. 그렇게 얻어낸 주일학교 고등부 활동은

신앙생활의 좋은 양분이 된 것 같습니다.

교회의 쇄신과 미래을 위한 교황님의 당부로 언제부터인가

`시노달리타스`란 단어를 자주 듣습니다.

함께 모여 교회의 갈 길을 결정하는 시노드 정신이 신앙의 여정 속에

구현되는 생활 방식 정도로 이해했습니다.

솔직히 쉽게 와 닿지는 않았습니다.

가톨릭 교회가 진행하고 있는 시노달리타스가 나에겐 어떤 의미인가를 생각해보다

앞서 말한 주일학교 고등부 부활 사건이 떠올랐습니다.

 

 

그때 우리는 몇몇 학생회 간부들만이 아니라 모두가 `함께`였습니다.

모여서 잡담과 넋두리를 한 것이 아니라 신앙의 목적이 있는 모임인

`친교`를 이뤘습니다. 점차 많은 동기들이 기도에 `참여`하면서

우리는 혼자가 아니라 `공동체`였고 방관자가 아니라 모두가 `주체`였습니다.

그리고 요지부동인 줄 알았던 신부님은 학생들의 이야기를

`경청`해 주셨고 신부님의 권위를 양보하시고

학생들의 순수한 뜻을 `존중`해주셨습니다.

그리고 주일학교 학생들은 공부도 열심히 해야 한다며

`제 역할을 강조하셨고 저희들은 신부님이 주신 `사명`을 다하기 위해 나름 공부도 열심히 했습니다.

 

 

지금은 배 나오고 살찐 중년이 된 주일학교 친구들.

하는 일이 다양하고 사는 곳이 달라져 자주 만나지는 못 합니다.

하지만 저마다 제 길에서 제 몫을 하며 하느님을 향해 살아가고 있습니다.

가끔 술자리에선 자녀들의 냉담. 신앙의 슬럼프 등 고민을 털어놓기도 합니다.

같은 신앙안에서 서로를 응원하며 사는 성당 동기들.

위기에 처한 고등부를 살려낸 신앙의 동지들이자 하느님께로 가는 여정의 동반자들입니다.

 

 

성만이. 은아. 윤성이....이 친구들 한번 보자고 해야겠습니다.

시노달리타스의 실천이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 친구들과의 만남을 하느님께서 예뻐하실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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