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합/시와 좋은 글

상처받은 사제

수성구 2022. 6. 25. 03:08

상처받은 사제

6월 넷째주 연중 제13주일

어디로 가시든지 저는 스승님을 따르겠습니다.(루카 9.51-62)

 

상처받은 사제

(조철희 신부. 주문진성당 주임 영동가톨릭사목센터 관장)

 

어느 날 성전 건축으로 무척 힘들어하고 있던 동창 신부에게서 문자가 왔다.

철희야. 난 계급이 상사야. 앞으로 날 이 상사라고 불러줘

뜬금없는 내용에 나는 도무지 그 뜻을 알 수가 없었다.

더군다나 그 신부는 공군 군종신부 대위로 전역했기에

난 이 대위야. 했다면 그나마 이해가 되었을 텐데...

그의 문자에 나는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

네가 왜 이 상사야? 라는 답장을 보냈다.

 

 

난 상처받은 사제니까. 그래서 이 상사야...

그제야 나는 그 신부가 교우들로부터 상처를 많이 받았음을 알게 되었다.

어떻게 위로를 해줄까 고민하다가 이렇게 답장을 보냈다.

그래도 너는 나보다 계급이 높구나 . 난 조 하사야. 나는 하찮은 사제거든...

그리고는 이어서 이런 말도 덧붙였다.

근데 우리 이제 상사(상처받은 사제)도 하사(하찮은 사제)도 아닌

더 높은 계급의 원사가 되자.

하느님이 원하는 사제 말이야..

 

 

많은 교우들이 부족한 사제들에게서 상처받는다고 말하지만.

사제들 또한 교우들로부터 많은 상처를 받으며 살아간다.

어려운 교회의 현실 속에서 사명감 하나만으로 이리 뛰고 저리 뛰며

노력해 보지만 교우들은 무관심해 보이기도 하고

심지어 사제를 배척하기도 한다.

 

 

예수님께서도 당신의 고향 나자렛에서 배척을 받으셨다.

오늘 복음에서는 갈릴래아에서 예루살렘으로 가시던 중에

사마리아를 지나가시다가 그들의 배척을 받으신다.

예수님이 얼마나 사마리아인을 사랑하셨던가.

그 모습을 보고 제자들이 화를 낼만도 하다.

불을 불러내여 저들을 불살라 버리기를 원하십니까?(루카9.54)

예수님께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의 구원 사업을 완성하시기 위한 여정을

멈추지 않고 묵묵히 걸어가신다

 

 

신학교에서는 신학생들이 방학 동안 세상의 유혹을 이겨내고

신학교로 돌아올 것을 다짐하며 방학 시작 9일 전부터

쟁기에 손을 대고 뒤를 돌아보는 자는 하느님 나라에 합당하지 않다(루카9.62)는

성경 구절을 노래한다.

이 모든 시간을 견디어 내고 사제가 되어 같은 길을 걷고 있는 동창 신부들이 보고 싶다.

 

 

사랑하는 동기들아!

앞으로 가야 할 길이 한참 남았구나.

때로는 나약함으로 실수할 때도 있고 사람들에게 배척당하기도 하지만.

한 번 손에 쥔 쟁기를 꼭 잡고 뒤돌아보지 말자.

사람들의 인정과 칭찬에 목말라하지 말고

오직 예수님만 바라보고 앞으로 걸어가자!

갈림 없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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