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은 스스로 짓는 것이다
복은 스스로 짓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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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여인이 가파른 산길을 타고
무이산 문수암 경내로 들어섰다.
온 몸이 땀에 젖어
보는 사람이 민망할 정도였다.
여인은 다짜고짜 성철을 찾았다.
그리고 그 앞에 엎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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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 제발
제 아들 좀 살려주십시오.”
성철이 연유를 묻자 여인은
한숨과 눈물을 섞어 얘기했다.
진주 묵실에 사는 여인에게는
금쪽같은 외동 아들이 있었다.
그런 아들이 전쟁에 끌려가 3개월이
지나도 소식이 없었다.
백방으로 탐문했지만
누구도 알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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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아들이 속한 부대가
전장에서 몰살했다는 풍문이 들려왔다.
여인은 지푸라기라도 움켜쥐어야 했다.
무엇이나 할 수 있는 천하 도인이
문수암에 계시다는 소리를 듣고
무작정 달려온 것이다.
얘기를 이어가던 여인은
아예 방바닥에 엎드려 통곡을 했다.
“스님 제 아들 좀 살려주십시오.”
하지만 성철은 여인에게서 눈길을
거두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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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같은 산 중이 어찌 전쟁에 나간
당신 아들을 살릴 수 있겠소.”
그러자 여인은
차고 있던 전대를 풀었다.
논밭을 모두 팔아 만들어 온
20만원이었다.
당시에는 거금이었다.
“이 돈으로 기도를 해 주십시오.”
“그렇다면 당신 아들이
20만원 짜리란 말이요?
어찌 돈으로 목숨을 살 수 있겠소?”
“스님, 제발 제 아들을 살려주십시오.”
성철은 엎드린 여인을 한참 굽어봤다.
그리고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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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시키는 대로 어떤 일이라도
하겠소?” “시켜만 주시오.
아들만 살아온다면 무슨 짓이라도
하겠습니다.”
“그럼 이 돈을 가지고 내려가
저 산 아래 굶주리는 사람들에게
골고루 나눠주시오.
그리고 집으로 돌아가
쌀 몇되를 사서 아홉 번 찧고 손질하여
절로 가져오시오.
절대로 땅바닥에 놓지 말고
가져와 부처님께 올리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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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후 다시 여인이 산을 올라왔다.
아들 살릴 마음을 앞세우고 허겁지겁
달려와 기진맥진한 채 경내로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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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는 사람이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그래도 공양미가 들어있는 보따리는
받쳐 들고 있었다.
이를 보고 절집 일을 하는 노인이
보따리를 들어주려 했다.
성철이 그 광경을 보고 막대기로
후려갈기며 고함을 질렀다.
“이놈아,
남의 기도를 망치려 드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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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은 성철이 시킨 대로
가져온 쌀을 탁자 위에 공손히
올려놓았다.
그리고 법당과 절 마당을 깨끗이
쓸고 닦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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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욕까지 마친
여인에게 성철이 말했다.
“내 말 잘 들으시오.
당신 아들은
나 같은 중이 살리는 게 아니오.
당신이 직접 당신 아들을 살려야
한다는 말이오.”
그러자 여인이 두 손을 모았다.
얼굴에서 간절함이 묻어나왔다.
“가져온 쌀로 공양을 지어
부처님께 올리고 삼천배를 하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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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이 삼천배를 시작했다.
아들을 살리겠다는 일념으로
부처님 앞에 엎드렸다.
하지만 몸이 마음을 따라주지 않았다.
도대체 무릎을 꿇을 수가 없었다.
새벽 3시경 성철의 방 안으로
여인의 음성이 들려왔다.
다 죽어가는 목소리 였다.
성철이 문을 열었다.
여인이 땅바닥에 다리를 쭉 뻗고
앉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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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 이천배 까지는 했는데 죽으면
죽었지 더는 못하겠습니다.”
성철은 단호하게 나무랐다.
“그럼 아들은 살지 못하겠네.”
목소리가 새벽 공기보다 차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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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산길을
가다가 호랑이를 만났는데,
호랑이 바로 뒤에
잃어버린 아들이 있어.
호랑이가 보살에게 네 다리를
하나 주겠느냐,
아니면 뒤에 있는 네 아들을
주겠느냐? 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
“제 다리를 내놓아야 하겠지요.
알겠습니다,
스님. 계속 절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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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은 다시 법당으로 들어갔다.
여인이 삼천배를 마치고 법당을
기어 나오자 햇살이 눈을 찔렀다.
눈물이 나왔다.
“스님 절을 마쳤습니다.”
성철은 미리 끓여놓은 죽을
들게 하고 뒷방에서 자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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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한나절이 지났을 때
여인이 집에 가봐야겠다며
인사를 올렸다.
“더 쉬지 않고 벌써 가려 하시오.”
“아들이 집에 오는 꿈을 꿨습니다.
가봐야 겠습니다.”
삼천배를 마치고 그대로
곯아떨어진 여인의 꿈속에
아들이 나타난 것이다.
절뚝거리며 산을 내려가는 여인의
모습을 성철은 오래 지켜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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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은 10여일이 지나
다시 문수암을 찾아왔다.
이번에는 아들을 앞세우고 느긋하게
산을 올라왔다.
여인이 진주 집에 도착하고 며칠이
지나자 정말 아들이 집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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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에게 실로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난 것이다.
아들이 속한 부대는 백마고지
전투에서 몰살을 당했고,
아들은 시체더미에 깔려 있었다.
송장 밑에서 죽어가고 있던 아들은
누군가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를
듣고 온 힘을 다해 몸부림을 쳤다.
그랬더니 시체 더미 사이로
하늘이 보이고 숨을 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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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 기운을 차려 피투성이가
된 몸을 이끌고 산을 내려왔다.
문득 강이 보였다.
정신없이 물을 마시고 강을 건너니
어떤 노인이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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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은 아들을 오두막으로 데리고
가서 군복을 벗기고 자신의
옷을 내주었다.
아들은 그렇게 살아 돌아왔다.
그렇게 여인은 스스로 아들을 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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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은 단지 안내만 했을 뿐이었다.
이렇듯 자신의 기도는 아무도
대신해 줄 수 없었다.
사람들은 무조건 스님들에게
복을 달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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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업장이 소멸돼야
복이 온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
복은 받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짓는 것임을 모르고 있다.
-성철스님 편전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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