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글

각자 혼자이듯 서 있으라

수성구 2022. 6. 22. 07:11

각자 혼자이듯 서 있으라

각자 혼자이듯 서 있으라


턱밑에 뾰루지가 생겼다. 피부과도 별 소용이 없어서 스트레스를 받으면
일 년에 한두 번씩 같은 자리다. 어째서 늘 그 자리일까 고민하다가,
살면서 겪는 문제도 비슷하단 생각이 들었다. 가
끔 노력해도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프로그래밍이 내 안에 장착됐나
싶을 때가 있다. 노력해도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도 꼭 탈이 나는 그곳에서 벌어진다.


TV에서 이혼한 부부가 다시 만나는 프로그램을 봤다.
부부의 첫 재회를 보는 마음은 설렘보다는 어색함이 앞섰다.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배회하는 눈빛이 안타까워 보였다.
뜨거운 ‘발열’로 시작한 연애가 차가운 이별의 ‘오한’으로 끝나는 게 결혼과
이혼의 과정인 걸까. 몇 년 전, 이혼한 부부가 주인공인 단편을 쓴 적이 있다.
그때 “결혼이 조금씩 쌓여가는 적분이라면, 이혼은 가장 작은 것까지
나누어야 하는 미분이라는 것. 공정해지기 위해 서로의 물건을 나누다 보면,
결국 모든 게 나누어진다는 사실을, 함께 공유하던 시간이나 추억,
영혼까지도 말이다”라고 썼었다.


이혼은 사랑했던 마음도 가장 작게 나누어져 마침내 사라지는 미분의 세계다.
중요한 건 서로가 온전히 독립된 존재로 잘 나누어 지는 것이다.
칼릴 지브란은 ‘결혼에 대하여’에서 “현악기의 줄들이 하나의 음악을 울릴지라도
줄은 각기 혼자”이듯 서 있으라고 말한다.
하지만 둘이 서 있되 너무 가까이에 서 있지 말라고 충고한다,
시인은 “사원의 기둥들도 서로 떨어져 있고, 참나무와 삼나무는 서로의
그늘 속에서 자랄 수 없다”는 지혜를 우리에게 속삭인다.


결혼은 일심동체라는 말이 있다. 어려울 때는 일심동체가 맞지만 평소에는 이심 이체가 맞는다.
상대와의 거리를 인정하지 않는 결혼은 ‘이인 삼각’ 경주처럼 상대를 불편하게 하고,
때로 넘어뜨린다. 최악은 진심으로 미워하며 서로를 할퀴며 사는 것이다.
함께하는 것이 상처이고 불행일 때, 헤어짐은 끝내 용기가 된다.
나를 위해, 너를 위해, 그리고 우리를 위해서 말이다.

-백영옥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