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합/오늘의 강론

연중 10주 수요일( 마태 5,17-19)<사랑과 투신을 통한 율법의 완성♣>기경호 프란치스코 신부

수성구 2022. 6. 8. 04:37

연중 10주 수요일( 마태 5,17-19)<사랑과 투신을 통한 율법의 완성♣>기경호 프란치스코 신부

“율법이나 예언서들을 폐지하러 온 것이 아니라 완성하러 왔다.”(마태 5,17)


연중 10주 수요일( 마태 5,17-19)


이스라엘 사람들은 율법을 하느님께서 주신 삶의 법으로 여겼습니다. 따라서 율법을 잘 지키는 것이 의로운 삶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율법을 새롭게 해석하고 완성하심으로써 전적으로 새로운 의로움을 요구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십니다. “나는 율법이나 예언서들을 폐지하러 온 것이 아니라 완성하러 왔다.”(5,17)

예수님께서는 율법 그 자체의 구속력을 제거해버리시려는 것이 아니라 율법과 예언서에 담긴 하느님의 뜻을 인간에게 올바르게 전달하고자 하셨던 것입니다. 그리고 그분께서는 말씀과 행동으로 하느님의 뜻에 순응함으로써 율법을 완성하셨습니다.

예수님의 남김없이 내어주는 사랑과 하느님의 의를 위한 투신으로 인하여 하느님의 뜻이 새롭게 밝혀지기 시작했고 그분과 더불어 충만하게 이루어지기 시작했습니다(5,18-20). 나아가 예수님께서는 유대교의 잡다한 계율들을 원수 사랑(5,43-48), 황금률(7,12),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22,37-40)으로 환원시켜 단순화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율법의 완성자가 되셨습니다. 그분께서는 율법을 초월하시는 분으로서 당신 자신을 자유의지로 율법 아래에 낮추셨습니다. 그뿐 아니라 율법을 통해 하느님의 뜻을 찾아가는 길을 보여주심으로써 당신 자신이 곧 율법의 주요한 목표인 동시에 율법의 내용임을 알려주셨습니다.

사회적 존재인 우리가 사회에서나 교회 안에서나 질서가 필요한 것은 필연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영성생활에 있어서도 이타적 사랑을 지향하는 우리이기에 다른 이들과의 관계를 결코 배제할 수 없는 것이지요. 곧 언제나 사랑의 질서가 필요합니다. 성경은 물론이요 인간이 만든 수많은 법규와 제도들은 공동의 선과 정의를 위한 질서를 담고 있습니다.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에서 이런 질서와 법과 제도가 담아내야 하는 혼은 다름 아닌 사랑과 정의와 선입니다. 그런데 그런 질서를 만드는 것도, 그것을 풀이하고 실행하는 과정에서도 이기심과 탐욕이 끼어들 때가 적지 않습니다. 인간을 위한 법이고, 서로 잘 사랑하여 하느님을 만나기 위한 성경 말씀이며, 인간을 이롭게 하는 제도여야 하는데 그 가치 질서가 뒤집혀버리는 것이지요.

문제는 삶의 전반에서 드러나는 법실증주의, 엄격한 규범주의, 원칙주의, 형식주의입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십니다. “그러므로 이 계명들 가운데에서 가장 작은 것 하나라도 어기고 또 사람들을 그렇게 가르치는 자는 하늘 나라에서 가장 작은 자라고 불릴 것이다.”(5,19) 율법의 효력은 하느님의 뜻이 다 이루어질 때까지 지속되므로, 우리는 율법에 담긴 사랑과 정의와 선을 온 몸과 마음을 다해 실행해야 할 것입니다.

오늘도 나의 일상에서 사랑으로 하느님의 뜻을 실행하고, 연대하여 하느님의 정의를 추구하며, 온갖 선이요 으뜸 선이신 하느님의 선을 드러냄으로써 율법을 완성해나가도록 힘썼으면 합니다. 나아가 인간을 억압하고 도구화하며, 특정한 집단들의 이기적인 수단으로 악용되는 일체의 법과 제도, 법의 집행과 공권력에 의한 부당한 탄압에 적극적으로 맞서야 함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기경호 프란치스코 신부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