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글

4월의 노래

수성구 2022. 4. 11. 04:43

4월의 노래

◎  4월의 노래 .  ◎

  박목월 시인

 

목련꽃 그늘 아래서

베르테르의 편질 읽노라.

 

구름꽃 피는 언덕에서

피리를 부노라.

 

아 멀리 떠나와

이름없는 항구에서 배를 타노라.

 

돌아온 4월은

생명의 등불을 밝혀 든다.

 

빛나는 꿈의 계절아

눈물 어린 무지개 계절아

목련 앞에서

 

권달웅 시인

 

목련은 눈부시기만

한 꽃이 아니었다.

 

비 내리면 수없이

떨어진 목련 꽃이 물받이

함석홈통을 가득 메웠다.

 

목련은 귀찮은 존재였다.

 

나는 지붕 위까지 올라간

목련 나무를 아주 베어버렸다.

 

그래도 목련 등걸에서

새싹이 자꾸 돋아났다.

 

싹이 돋아날 때마다

나는 싹싹 잘라 버렸다.

 

그래도 다른 자리에서

또 새싹이 돋아났다. 

 

지난여름 내가 한 서너 달

가량 집을 비웠다가

 

돌아와 보니 싹은

이미 굵은 나무가 되어 있었다.

 

목련은 내가 없는 사이

베어낼 수 없을 만큼

 

단단하게 자리를 잡고 있었다.

 

나는 악착같이 가지를 뻗고

지붕 위로 올라간 목련을 다시 쳐다보았다.

목련..그 화려한 이름 

 

박정화 시인

 

흔들리는 바람에 향기도

내뿜지 못한 네 속살이

 

따스한 햇살이 가득한 날엔

더욱 눈부시게 살이 오른다

 

비릿한 속삭임 한 번 맛보지

못한 네가 홀로 피어 부르다

 

남기고 간 흔적들 그것만 바라보며

애태우던 게 몇 해 던 가

 

  섣부른 만개(滿開)에

네 지조가 웃음이 되어도 변함없는

 

약속에 널 바라보는 눈빛이 있어

너 그리도 행복한 목련으로 태어난 운명이리니 

 

웃음만 안겨주고 가렴

네 향기로 가득한 짧은 봄날이 가기 전에... ...  

목련 앞에서

김경숙 시인

 

깊숙이 끌어안지 못하고

그저 바라보는 동안

 

겹겹이 쌓인 외로움 따스한 속삭임에

벗어 던지고 혼신을 다해

 

피워 올린 황홀한 고백 앞에

흔들리는 봄날 붉어지는

 

눈시울 속으로 사라져가는 빛

하얀 목련,

 

그토록 그리웠던 해후(邂逅)

(宵火)고은영 시인

 

세상은 각박했고 잔인했다

꽁꽁 언 계절의 심연에서

 

겨울은 심화된 삶에 슬픔으로 출렁였다

 

더러 추운 가슴 위로 지나는

바람을 보며 덧댄 가난 속에도

 

눈물을 떨구던 나는

몇 방울의 눈물에 어른거리던

 

너를 절실하게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기다림은 한없이 길었고

애타는 그리움에 몸살을 앓았다

 

순수한 빛의 서막과 함께 꿈꾸던

나의 애창(愛唱)을 열고

 

이만 때 즈음이면 실종된 의식을

일으켜 나에게 와 줄 너와의 해후를

 

그리워했던 만큼 진실하고

유일한 모습으로

 

네가 하루속히 나에게 당도하기를

  현재가 과거로 흘러가는

 

동시성 속에 너 나에게 왔는가

 

그 길고 지루했던 어둠과 산발한

바람의 통로를 거쳐

 

지금 햇살이 찬란한

이 광장에서 나는 너를 만난다

 

눈부신 얼굴의 수줍음,

황홀하도록 순결한 미소

 

나는 이 세기가 가기 전

사라질 운명이어도

 

너는 몇 천 년인들 건너지 못할

이유가 하나도 없는

 

이 시린 생애서 수십 번

세상의 바뀌어도 변함없는

 

모습으로 내 품에 안긴

너의 충만한 사랑이

 

이토록 환한 미소로

내 영혼을 들뜨게 하고 설레게 하다니

  다시 목련 지다 권도중 시인

 

  그대 생각 푸르른 그 너머

흰 빛이 되는 넓은 수건으로

굵은 망각을 편다

 

  깨끗한 가지에

밤의 등불 본 일 있느냐

 

소중한 사람 다시 속으로 지다

  그대가 했던 용서

 

이제 그대가 받는 용서

한 곳을 무너지는데

 

여기 저기 웬 슬픔 깔리냐

침묵으로 치유되었던

하나의 사랑 잠겼던 세월

 

먼 그대 가지 끝 찔려 옛 울음

위안으로 와 혼자 또 묻고 있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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