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만에 신학교 그만두고
4월 둘째주 주님 수난 성지 주일
제 영을 아버지 손에 맡깁니다. 이 말씀을 하시고 숨을 거두셨다.
(루카 23.1-49)
3일 만에 신학교 그만두고
(윤행도 신부. 마산교구 경화동성당 주임)
나는 신학교를 두 번 입학했다.
고등학교 졸업 후 처음 갔던 신학교를 3일 만에 그만두었다.
가장 큰 원인은 사람에 대한 그리움 때문이었다.
같은 교구 소속 신입생이 5명 있었지만.
당시에는 예비신학생 제도가 없어 누가 누군지 서로 몰랐다.
1학년 40명 모두가 나에게는 낯선 아이들이었다.
낯가림도 심한 나에게는 그 새로운 환경이 낯설어
신학교에서의 하루가 3년과도 같았다.
입학한 지 3일 만의 자퇴.
나 자신도 예상치 못한 일이라 그 다음날부터 주님의 뜻이
어디에 있는지 알려주십사 기도하기 시작했다.
일반대학교와 군 복무를 마친 다음 직장생활을 하다가
12년 만에 다시 부산신학교에 입학하게 되었다.
그런데 1학년 여름방학을 마치고 학교로 돌아왔을 때 방학 동안 지냈던
본당에서 어울렸던 아이들과 교리교사들의 얼굴이 아른거렸다.
기도도 할 수 없고. 밥맛도 없고. 잠도 오지 않았다.
순간 12년 전의 실패가 떠올랐다.
엄청난 위기감이 느껴졌다.
이래서는 안 되겠다.
이 마음에서 자유로워지지 않는다면 사제가 되어도 위험하겠구나!
그때부터 기도를 시작했다.
성모님께서 아들 예수의 성시를 품에 안으시고 육신의 이별을 해야하는
십자가의 길 제13처를 깊이깊이 묵상하며 이별에서
자유로울 수있는 은총을 주십사고 간절히 청했다.
그리고 혼자 지내는 습관을 들이기로 했다.
명절이나 연휴가 끝나고 학교로 돌아오는 날.
귀교시간이 밤 9시였지만. 오전 일찍 학교로 왔다.
텅 빈 기숙사에서 혼자 어머니께서 싸주신 도시락으로 점심과 저녁을 해결하며
정해진 시간에 성전에서 기도하고 면학실에서 공부를 하였다.
그렇게 3년이 지나자 사람과의 이별이 힘들지 않고 혼자 있는 것이 편안해졌다.
그런 느낌은 사제서품을 받고 사목현장에서 그대로 확인되었다.
명절이나 본당행사가 있는 날이면 사목회 분들과 사제관에서
술 한 잔을 나누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각자 집으로 가야하는 때가 되면 그분들이
신부님. 이런 날 혼자 계시게 해서 죄송합니다...하며 미안해한다.
그럴 때면. 무슨 말씀을요.
저는 함께 있으면 즐겁고 혼자 있으면 편안합니다...하고
내가 먼저 그분들을 등 떠밀어 집으로 보낸다.
예수님께서 이 세상에서의 임무를 마치고 하느님 아버지의 뜻을 완성하시기 위해
걸으셨던 십자가의 길. 마지막 고난과 죽음의 길.
보라. 십자나무 여기 세상 구원이 달렸네..라는 성 금요일 십자가 경배 노래처럼
십자가의 길에는 세상의 구원. 우리의 구원을 위한 은총이 담겨 있다.
(가톨릭 다이제스트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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