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제과점 아가씨
어느 제과점 아가씨
.
얼마 전에 이런 책을 읽었습니다.
일본 작가가 쓴 소설인데
그 내용이 참으로 감동적이었습니다.
종업원이 몇 명 안되는
작은 제과점이 있었습니다.
이 제과점에는 열아홉 살 먹은 여자
종업원이 하나 있었지요.
어느 날 손님 한 분이
이 아가씨에게 시집을 한 권 주고 갔는데,
그 시집에 이런 구절이
실려 있었습니다.
"조그만 가게임을 부끄러워하지 말라.
그 조그만 가게에 당신의
인정과 사랑을 가득 채워라."
아가씨는 이 시에서 영향을 받아
그대로 행동에 옮겼습니다.
항상 누구보다 따뜻한 마음으로 모든
손님에게 친절히 대했습니다.
하루는 이 아가씨가 종업원 중에서
가장 늦게 가게 정리를 한 뒤
문을 걸어 잠그고 밖으로 나왔습니다.
그런데 가만 보니 저 앞에
지붕위에 눈을 잔뜩 뒤집어 쓴 웬
승용차 한 대가 멈칫멈칫하며
무슨 가게를 찾는 것 같았습니다.
저만치 가다가 뒤돌아보니
그 차는 다름 아닌 자기네 제과점 앞에
멈춰 섰습니다.
아가씨는 무슨 일인가 하여
얼른 달려가 자동차 유리창을 톡..톡.
두드렸습니다.
그러자 이내 차창이 열리면서
어떤 남자의 얼굴이 나타났습니다.
이윽고 남자가 말했습니다.
"저는 오늘 하루 종일
운전하여 여기까지 왔습니다.
지금 제 어머니는
암으로 병원에 입원해 계십니다."
남자는 다짜고짜 그렇게 말하더니
다시 여기까지 온 이유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습니다.
"요즘 들어 어머니의 병이 점점 심해져
담당 의사를 만났더니 하루나 이틀밖에
못 사실 것이라고 합니다.
그러니 만날 사람 있으면 어서 만나게 하고,
드시고 싶은 음식이 있으면 드시게
하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제가 어머니께 "드시고 싶은
음식이 뭡니까?" 하고 물었지요
그랬더니 어머니가 말씀하시길 "예전에
어떤 도시에 가니까 아주 맛있는 제과점이
있더라.
그 집 과자가 먹고 싶구나." 하시더군요.
저는 그건 어려운 일이 아니니까
당장 다녀오겠다고 하고
오늘 아침에 출발했습니다.
그런데 눈이 너무 많이 와서
고속도로가 밀리는 바람에 이렇게 밤 10시나 되어
이 도시에 도착하게
된 것입니다.
거기다 가게가 정확히 어딘지도
모를 뿐더러 짐작되는
제과점은 이미 문이 닫혀 있어서
실망하던 차에 이처럼
아가씨를 만나게 된 것이지요."
설명을 다 듣고 제과점 아가씨가 말했습니다.
"제가 이 가게 종업원입니다.
잠깐만 기다리세요"
아가씨는 안으로 들어가 불을 켜고
난로가지 켠 다음 그 손님을 들어오게 했습니다.
그리고는 어떤 과자인지는 정확히
모르지만 병석에 누워 계신 분이니까
소화가 잘 되는 것,
부드러운 걸로 자기가 직접 골라 드렸습니다.
과자 봉지를 건네면서 아가씨는
친절하게 인사를 건넸습니다.
"눈길이 미끄러우니 조심해서 가세요"
그러자 손님이 지갑을 꺼내며 물었습니다.
"값이 얼마입니까?“
"아아, 돈은 받지 않겠습니다."
"아니 왜요?"
손님이 놀라서 쳐다보자
아가씨가 가볍게 미소지으며 말했습니다.
"이 세상에서 마지막으로 저희 가게
과자를 잡숫고 싶다는 분께
돈을 받고 드리고 싶지는 않군요.
저희 제과점에서 드리는 적은
성의로 생각하시고 그냥 가져가세요.
그 대신 혹시 과자가 더 필요할지도 모르니
명함을 두고 가시면 좋겠네요"
손님은 매우 감격한 채 제과점을 떠났습니다.
손님이 나가자 아가씨는
자기 지갑에서 따로 과자 값을 꺼내
그날 매상에 추가시켰습니다.
그날 밤 아가씨는 꿈을 꾸었습니다.
그런데 묘하게도 얼굴도 알 수 없는 그 남자의
어머니가 꿈에 나왔습니다.
그 어머니는 과자를 먹다가 목이 메어서 매우
고통스러워하고 있었습니다.
자세히 기억나지는 않았지만
어쨌든 그런 불길한 꿈이었습니다.
아가씨는 다음 날 출근하자마자
마음에 짚이는 데가 있어
명함의 연락처로 전화를 걸었습니다.
그러자 어제의 그 남자가 전화를 받았습니다.
그는 담담한 목소리로
어머니가 돌아가셨다고 전했습니다.
"집까지 오는 길에 차가 많이 막혀
예상보다 늦게 도착했는데,
제가 도착하기 30분전에 돌아가셨답니다."
남자는 이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어머니가 맑은 정신으로
숨을 거두면서 마지막으로 한 말이
"그 가게 참 좋은 가게로구나." 라고 하셨답니다.
제가 집으로 오면서 전화로 제과점
아가씨가 돈도 받지 않고 과자를
주었다고 말씀드렸거든요
그 말을 전해 듣고 아가씨는 물었습니다.
"장례식이 언제입니까?"
"내일입니다."
다음날, 아가씨는 자세한 얘기도 하지 않고
제과점 주인에게 휴가를 얻었습니다.
그리고는 따로 공장에 가서 장례식에 가지고
갈 과자를 주문했습니다.
물론 자기가 과자 값을 내고 포장도
예쁘게 했습니다.
아가씨는 과자 꾸러미를 들고
그 길로 길을 떠나 장례식에 참석했습니다.
장례식장에서 뜻밖의 아가씨를
다시 보게 되자 과자를 사갔던 그 손님은
깜짝 놀랐습니다.
아가씨는 영단에 향을 사르고
마음속으로 이렇게 축원했습니다.
"처음 뵙는 손님, 이 세상에서의 마지막
순간에 우리 가게의 과자가 먹고
싶다고 말씀하신 분,
결국 과자를 못 드시고 가셔서 서운하셨지요?
그래서 이렇게 좋아하시는 과자를
직접 가져왔습니다.
부디 떠나시는 길에 가지고
가시기 바랍니다."
이 글을 읽으면서 나는,
비록 조그만 가게지만 그 제과점 아가씨의
모습에서 앞치마를 두른
천사의 모습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와 함께 나는 우리 나라의
가게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았습니다.
물론 다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흔히 일반 슈퍼마켓에 가보면 물건을
파는 종업원들이 거의 기계처럼 행동합니다.
인정과 친절 같은 것은 전혀 느껴지지 않고
단순히 돈과 물건을 교환하는
기계 인간처럼 보입니다.
더없이 야박하고 삭막해 보입니다.
나는 상인의 길이 곧 인간의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상인이라고 단지 물건만 사고 파는 것이 아니라,
인간에게 필요한 상품을 취급하는 것이기에
그 거래에 인정이 오고가야 합니다.
인정이 오고가지 않는다면
사람이 나서서 할 필요도 없습니다.
자동판매기에 맡기면 그만입니다.
상인이 물건을 팔면서 친절과 인정을 함께 팔면
그 상인 역시 일하는 즐거움을 느낍니다.
손님 역시 즐겁고 기쁘게 물건을 살 수 있습니다.
다시 강조하지만 물건을 사고 파는 거래는
물건과 더불어 친절과 인정, 또 사랑이
오고가야 합니다.
그래야 상인도, 손님도 만족하게 되고,
그럴 때야말로 우리가 모두 참된 인간의 길을
가고 있다고 말할수 있겠지요.
위의 이야기가 담긴 소설에
이런 구절이 나옵니다.
"당신이 오늘 해야 할 일은,
단 한 사람이라도 당신에게 고맙다라고
진심으로 인사를 하는 그런
친구를 만드는 일이다."
-법정스님이 들려주는
"참좋은 이야기"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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