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합/오늘의 강론

부활 신앙의 열매, 교회의 현실과 민족 복음화의 미래

수성구 2022. 3. 1. 02:55

부활 신앙의 열매, 교회의 현실과 민족 복음화의 미래

1베드 1,10-16; 마르 10,28-31 / 2022.3.1.; 연중 제8주간 화요일; 이기우 신부

 

 어려서부터 율법은 잘 지켜왔지만 가진 재물이 많아서 예수님을 따를 수 없었던 부자 청년과 달리, 제자들은 모든 것을 버리고 예수님을 따랐습니다. 그리고 제자들을 대표하여 베드로가 예수님께 그 보상이 어떨 지에 대해 여쭈었습니다(마태 19,27). 그에게 돌아온 예수님의 대답은 그야말로 엄청난 것이었습니다: “누구든지 나 때문에, 또 복음 때문에 집이나 형제나 자매, 어머니나 아버지, 자녀나 토지를 버린 사람은 현세에서 박해도 받겠지만 집과 형제와 자매와 어머니와 자녀와 토지를 백 배나 받을 것이고, 내세에서는 영원한 생명을 받을 것이다”(마르 10,29-30).

 

  이렇게 예수님께서 하느님과 복음을 위해 모든 것을 버린 사람은 하느님께로부터 버린 것의 백 배나 되는 큰 보상을 받으리라고 약속하셨는데, 과연 초대교회 신자들은 부활 신앙 위에 세워진 공동체의 현실에서 이를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삼일절을 맞이하여 우리는 하느님께서 주실 보상에 있어서 또 다른 차원을 발견합니다. 그것은 하느님 사랑으로 이룩해야 할 겨레 사랑의 결과로서, 민족 사회의 공동선이 회복되고 민족 복음화가 이룩되는 미래입니다. 

 

  삼일절은 우리나라가 국민이 주인인 나라로 독립을 하겠다고 선언한 날로서, 오랜 왕정통치의 역사를 마치고 백성이 스스로 다스리겠다는 민주주의의 새로운 미래를 열어젖힌 뜻 깊은 날입니다. 이 독립선언은, 대한제국을 강제로 합병하여 백성을 총칼로 억누르던 일제의 엄혹한 식민통치 하에서도 평화적인 만세운동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인간의 존엄성과 주권재민의 민주주의를 위한 인류 역사의 거대한 실험이 이 땅에서 시작되었다는 커다란 의미가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조선의 독립운동은) 위대하고 비장한 동시에 명료하고, 민의를 사용하되 무력을 사용하지 않음으로써  세계 혁명사에 신기원을 열었다."고 삼일만세운동 당시 베이징대학 교수로서 신문화운동을 이끈 천두슈도 증언한 바 있습니다.

 

  무력을 사용하지 않고 평화적인 방식으로 자신들의 뜻을 대외적으로 천명했다는 점에서 위대함을 인정받는 삼일만세운동은 천도교 신자들이 주도하였습니다. 이보다 16년 전에는 그들이 무력을 사용하는 동학혁명을 일으켰는데, 그들도 3만여 명이 일본군에 의해 학살당했거니와 일본군이 조선에 진주하여 식민지배로 나아가게 만드는 명분을 제공한 것도 사실입니다. 그들은 천주교에서 믿는 하느님 신앙과 만민평등 및 남녀동등의 교리에는 찬동하면서도, 천주교가 서양에서 왔다는 이유로 자신들은 서학이 아닌 동학이라고 독자적인 종교로 창립하였으나, 1894년에는 무력으로 일어났다가 실패하였고 1910년에는 평화적으로 일어나서 비록 일제의 무력에 의해 진압되기는 했으나 올바른 민족사의 방향을 제시한 바가 되었습니다. 비록 친일노선을 걷던 그 당시 조선 천주교회 지도부의 반대로 신자들이 공식적으로는 참여하지 못했으나, 역사적으로 평가하자면 조선 왕조의 잔인하고 명분 없는 박해에 대하여 치명하면서도 백 년 동안 평화적인 방식으로 저항했던 천주교 신자들이 피로써 뿌린 민중 운동의 싹이 트인 셈입니다. 소수 권력자들이 탐욕스런 통치 이데올로기를 내세워 백성을 억눌러온 역사를 다수 민중이 평화적인 방식으로 역사의 물줄기를 바꾸어 놓는 위대한 시작을 이룩했다는 점에서 박해시대 천주교 신자들의 명예도 아울러 회복되었다고 하겠습니다. 

 

  삼일만세운동으로 시작된 우리 겨레의 독립혁명은 아직 현재진행 중입니다. “지난 100년 우리는 공정하고 정의로운 나라,  인류 모두의 평화와 자유를 꿈꾸는 나라를 향해 걸어왔습니다. 식민지와 전쟁, 가난과 독재를 극복하고  기적 같은 경제성장을 이뤄냈습니다. 4.19혁명과 부마민주항쟁, 5.18민주화운동, 6.10민주항쟁, 그리고 촛불혁명을 통해 평범한 사람들이 각자의 힘과 방법으로  우리 모두의 민주공화국을 만들어왔습니다. 3.1독립운동의 정신이 민주주의의 위기마다 되살아났습니다”(2019년 삼일절 백주년 문재인 대통령 경축사 중에서). 갈라진 민족이 화해하고 통일을 이룰 때까지 이 역사를 향하여 나아가야 할 원동력은 여전히 3.1독립운동의 정신입니다. 

 

  우리는 백여 년 전 독립만세를 외쳤던 선조들이 바랐던 꿈과 함께, 이백여 년 전 우리 신앙선조들이 바랐던 꿈도 기억해야 합니다. 그것은 바로 민족의 복음화입니다. 이를 위해 헌신하는 겨레 사랑은 하느님 사랑의 진정성을 겨레 앞에 증거하는 길이 될 것입니다. 이것은 단지 백 년 전 삼일만세운동 대열에 뒤처졌던 바를 보속하는 의로운 선택일 뿐만 아니라 이백 년 전 백 년의 박해를 신앙적으로 견디어 내고 마침내 신앙의 자유를 얻어낸 거룩한 역사를 계승하는 선택일 것입니다. 의로운 선택은 기본이요, 거룩한 선택은 필수입니다. 오늘 독서에서 사도 베드로가 권고하다시피, “이제는 순종하는 자녀로서, 여러분을 부르신 분께서 거룩하신 것처럼 여러분도 모든 행실에서 거룩한 사람이 되십시오”(1베드 1,15)

  교우 여러분! 
하느님 신앙의 목표는 착하고 의롭게 사는 것에서 시작하지만 부활 신앙으로 거룩하게 사는 것이 목표립니다. 그리고 그 의롭고 거룩한 선택의 보상은 민족의 복음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