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 기도

어린이가 주는 위로

수성구 2022. 2. 27. 03:32

어린이가 주는 위로

이제 시애틀을 거쳐 3월초에 

메디컬 테스트 때문에 한국을 들어간다.

그래서 뉴 멕시코주 알바쿼키 공동체에서 

주일날 새벽5시 30분에 출발하여

자동차로 3시간 30분을 달려 

교우들이 엘파소까지 인사하러 와서

미사도 함께하고 고해성사도 보았다.

 

점심후 사제관에 와서 담소도 하고 

오후 3시 30분에 떠나갔다.

사제를 만나러 왕복 7시간 이상을 달려 

온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지난 금요일날 쓰러졌다는 소식에 

다들 적지 않은 충격을 받은 모양이다.

 

 그런데 참 이상한 일이 하나 있어서

글을 쓴다. 모두 10명이 왔는데,

3살 반(42개월)밖에 안된, 제일 어린

남자 아이 <John 수진>이 재롱을 뜬다.

한달에 한번 공소가서 미사를

드릴 때마다 먼 발치에서 만났지만, 

이제 낯설지 않은 모양이다.

어머니와 외할머니와 함께 와서 자동차 

장난감 놀이를 하면서 마냥 논다고

 정신없는 아이다.

 

미사때 평화의 인사를 하는 중에 가까이

가니, 이 아이의 어머니가 나한테

아이가 영어로, 미사를 드리는 

"신부님이 참 행복하게 보인다"고

말했단다.

 

그런데 점심후 사제관에서 차 한잔

하면서 담소하고, 한시간 반만에 

다들 집으로 돌아가려 하는데,

사제관에서 안 가겠다고

 복도에서 주저앉아 땡깡을 피운다.

 

이제 다들 자동차 세 대에 나누어 

타기 위해서 사제관 밖으로 나왔고, 

나는 모두와 작별 인사를 했다.

그런데 아이를 뒷 자리에 안전벨트를 

매어 앉혔더니, "자신이 신부님께

인사하러 갔다 와야 한다"고 

벨트를 풀어달라고 난리를 치고는

그 다음 나한테 막 달려들었다.

 

꼭 인사를 해야 한다고 하면서 볼에 

입을 맞추었다.

나는 이 아이가 몇 개월동안 그 공소를 

왔다갔다 다녔지만, 한번도

이런 일이 없었기에 깜짝 놀랐다.

이 아이는 세번은 내 볼에 입을 맞추어야

 한다면서, 삼 세판을 하고는 웃으면서 

차로 뛰어 갔다.

 

참 이상한 일이다.

나중에 이 일에 대해 어머니께

 물어 보았더니, 이 아이가 정이 들면 

사람들에게 이렇게 한단다.

 

그러나 나는 이 사막에서 고생 아닌 

고생을 하고, 죽다가 살아난

나를 위로해 주는 천사처럼 느껴졌다.

 

거짓말 할 줄 모르는 어린이,

순수한 어린이를 통해서 나에게 뭔가

작은 위로를 준다는 느낌을 가졌다. 

 

 

"그때에 천사가 하늘에서 나타나 

그분의 기운을 북돋아 드렸다."

(루카22,43)

 

  "어린이들이 나에게 오는 것을 막지 말고

 그냥 놓아 두어라. 사실 하느님의 나라는 

이 어린이들과 같은 사람들의 것이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어린이와 같이 하느님의 나라를

받아들이지 않는 자는 

결코 그곳에 들어가지 못한다."

(마르코10,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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