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 자료글

기도는 정직해야 한다

수성구 2022. 2. 14. 04:18

기도는 정직해야 한다

기도는 정직해야 한다 



기도는 우리 안에 있는 생각을 정직하게 말씀드리는 것이지 
우리가 가지고 있으면 참 좋겠다고 생각하는 것, 
곧 이상적인 것을 말씀 드리는 것이 아니다. 
 
친밀한 관계가 되기 위해 기본적으로 필요한 것은 정직이다. 
더구나 하느님과 우리가 아버지와 자녀사이라면, 
우리의 기도는 더더욱 정직해야 한 다. 
 
아버지이신 하느님은 자녀인 우리가 혼란스러우면 혼란스럽다고, 
아프면 아프다고, 억울하면 억울하다고 말해주기를 바라신다. 
 
우리가 갖고 있는 것보다는
우리가 갖고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것을 말씀드린다면
우리는 영적으로 합리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또 신앙은 이러이러 한 것이라는 절대진리를 세워놓고
우리 자신을 
거기에 맞추려고 한다면,
그것도 무조건 종속시키려 한다면 

영적인 합리화이다. 
 
영적 합리화는
우리의 느낌이나 사고를 억누르면서,
몸이 
따라주지도 않는데 신앙의 이름으로
무엇인가를 강요하는 행위이다. 

 
예로서 어떤 사람이 불의의 사고로 불구자가 되었다. 
앞에서 달려오던 음주 운전자가 중앙선을 침범하면서 일어난 사고이다. 

한평생 불구자로 살아야되는 그 사람이,
자기는 열심한 신자이기에 
(아니면 자기는 수도자이기에)
자기에게 덮쳐온 재난을
무조건 
하느님 뜻으로 받아들이려 할 수 있다. 
 
아직은 불구가 되었다는 비극적 사실을 받아들일 상태가 아닌데도 
"주님, 당신의 뜻으로 받아들이겠습니다."
하고 서둘러 말하는 
경우이다. 
 
이 경우 그 사람은 자신의 고통을 있는 그대로 대면하기보다는 
너무 빨리 영성화시키는 것이다. 

무엇이 하느님의 뜻인가?
음주 운전자로 인해 불구자가 되는 것이 
하느님의 뜻인가?

만약 그것이 하느님의 뜻이라면, 

또 다른 운전자가 술에 취해 중앙선을 넘어와
그의 자녀를 죽여도 
하느님의 뜻일까? 
유사한 질문들이 수도 없이 나올 것이다. 
 
인간의 사악함과 탐욕으로 인해 일어난 비극이
하느님의 뜻일 수 
있겠는가? 

유괴. 살육. 전쟁으로 인한 고통이
하느님의 뜻일 수 있겠는가? 

 
유독성과 발암성 물질을 방류하면서
자연과 인간세계를 파괴하는 
것이
하느님의 뜻일 수 있겠는가? 

 
만약에 그렇다고 대답한다면
우리는 영적 합리화를 하고 있는 것이다. 

 
하느님의 뜻은 인간과 세상을 돌보시는 것이지, 
파괴시키는 것이 아니다. 
 
모든 생명체가 건강하고 행복하게 사는 것이지,
병들고 불행하게 
사는 것이 아니다. 

하느님의 뜻은
"양들이 생명을 얻고 풍성하게 하려는 것"
(요한 10,10)이다. 
 
영적 합리화는 우리 자신에게 적용하기 보다는
다른 사람들에게 
하는 경우가 더 많다. 

내 고통이 아니라 타인의 고통이기에
쉽게 말할 수 있 는 것이다. 

조심해야 할 일이다. 
 
말하자면 교통사고로 사랑하는 자식을 잃고 슬퍼하는 사람에게 
"참고 견디세요. 다 하느님 뜻으로 생각하시고요."
라고 한다든가

알코올 
중독에 걸린 남자가 하루가 멀다 하고 살림을 때려부수며 
아내를 구타하는데, 아내 되는 사람더러
"신앙으로 참아견디세요." 
한다면,
그것은 신앙을 빙자한 합리화일 수 있다. 

 
영적 합리화는
언뜻 보면 하느님의 뜻을 받아들이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하느님 뜻을 거부하게 만든다. 

자기 안에 있는 고통스러운 느낌들을 대면하기보다는
외면하게 
만듦으로써
자기와의 단절이 이루어지고,
자기와의 단절은
하느님과의 
단절에까지 이르게 하기 때문이다. 

격한 감정은 억누른다고 해서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억누르면 억누를수록 파괴적 방향으로 힘이 뭉쳐져서
어느 순간에 
폭발하게 된다. 
 
"참 신앙인이라면 모름지기 모든 것을 참고 견뎌야 한다."
는 말은 
틀린 말이다. 

신앙이나 절대 진리를 들먹거리면서
직면해야 될 아픔이나 갈등을 
덮어버린다면
우리의 마음으로 기도해야 할 것이다. 

 


 - 예수회 송봉모 신부,  회심하는 인간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