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합/시와 좋은 글

나목 [裸木]

수성구 2022. 1. 26. 04:35

나목 [裸木]

<나 목>

훌훌 벗어 버리고
한 겨울에 몸을 맡긴 나목

800년 세월 사계절을
보내고도 그 우아함과
웅장함에 머리 숙여
존경 하고픈 나목

봄의 연둣빛 새옷을
갈아입고
여름의 진녹색
푸르름을 과시 하다가
가을의 눈부시도록
아름다운 노랑색의
옷으로 유혹하더니

이 겨울엔 옷하나 걸치지
않고도 아름다운
너의 모습을 닮고 싶어라

속살을 드러내고도
한점 부끄러움 없는
너의 자신감에

작아지는
나 스스로의 부족함을
주님께 의탁하며
나목을 바라본다

- 2022,1,24. 헬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