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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을 뻗어라(마르3,1-6) - 신부님 복음 해설

수성구 2022. 1. 20. 03:56

손을 뻗어라(마르3,1-6) - 신부님 복음 해설

 

그분께서는 노기를 띠시고 그들을 둘러보셨다. 그리고 그들의 마음이 완고한 것을 몹시

슬퍼하시면서 그 사람에게, "손을 뻗어라." 하고 말씀하셨다. 그가 손을 뻗자 그 손이

다시 성하여졌다. (5)

 

여기서 '노기'에 해당하는 '오르게스'(orges; anger)의 원형 '오르게'(orge)가 사람에게

적용되면 일반적으로 감정적 분노를 나타내며, 성경은 이런 종류의 감정 표출에 대해서 

부정적으로 언급하고 있다(야고1,20).

 

그러나 이 단어가 마르코 복음 3장 5절처럼 악(惡)에 대한 신적(神的) 반응으로서

언급되면, 이것은 하느님의 공의의 심판과 형벌이라는 뜻을 갖는다.

 

이 분노는 마지막 심판의 때에 끝까지 회개하지 않는 자들에게 쌓아 놓았다가

부어지는 하느님의 공의로운 진노(indignation)를 나타낼 때도 사용되었다

(로마2,5; 묵시6,17).

 

마르코 복음 3장 5절에서 예수님의 분노 역시 공의의 분노이다.

 

이것은 바리사이들이 헤로데 당과 결탁하여 자신을 죽이려는 음모를 꾸미려는 사실

때문이 아니고, 그들이 부인할 수 없는 진리의 말씀을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이것을

받아들이기를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또한 '몹시 슬퍼하시면서'로 번역된 '쉴뤼푸메노스'(syllypumenous;being grieved; 

deeply distressed)의 원형 '쉴뤼페오'(syllypeo)는 '함께'라는 뜻의

'쉰'(syn)과  '슬퍼하다','괴로워하다'라는 뜻의 '뤼페오'(lypeo)가 결합되어, 어떤

사람으로 말미암아 또는 그와 함께 '깊이 슬퍼하다' 또는 '고뇌하다'라는 뜻이다.

 

따라서 예수님께서 자신들을 구원하러 온, 하느님의 아들이자 그리스도이신 당신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며 복음을 받아들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율법에 대한

편협한 해석에 연연하여 당신을 감히 판단하고 단죄하려는 바리사이 무리들에 대해서

공의로운 분노를 품으시면서도, 그들의 어리석음을 깊은 연민의 눈으로 바라보고 계심을

잘 표현해 주는 말이다.

 

한편, 예수님께서 한쪽 손이 오그라든 사람을 치유하는 과정은 간단하다.

 

 

'손을 뻗어라'는 예수님의 명령에 손이 오그라든 사람이 자신의 손을 '뻗어' 순종하자 

'다시 성하여졌다'는 즉각적인 결과가 나왔다.

 

특히 '다시 성하여졌다'라고 번역된 '아페카테스타테'(apekatestathe;was restored)

의  원형 '아포카티스테미'(apokathistemi)는 '이전 상태로 완전히 돌아가다'

(히브13,19)라는 뜻이다.

 

이 단어는 하느님의 나라가 회복되는 것을 나타낼 때도 사용되었다(사도1,6).

 

따라서 한쪽 손이 오그라든 사람의 치유를 통해서도 마르코 복음사가는 예수님께서

이 땅에 오신 목적을 잘 나타내고 있다고도 말할 수 있다.

 

예수님께서 이 땅에 오신 목적은 하느님의 첫 창조 질서를 회복하기 위해서였다.

 

더군다나 이 회복은 첫 창조보다 더 나은 상태로 이루어질 것이고, 그 궁극적인 상태는

새 하늘과 새 땅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새 하늘과 새 땅이 이루어지는 그리스도의 재림 때에는 손이 오그라든 사람처럼 

주님 앞에 나아오는 이들이 모두 온전하게 회복되어 주님과 영원한 생명을 누리며

영광스럽게 살게 될 것이다.

 

오늘 마르코 복음 3장 2절에 나오는 데로, 바리사이들은 이전에 예수님께서 안식일에

관하여 자신들이 따르는 규정들보다 당신 자신의 해석이 중요하다고 말씀하신 예수님을

단죄하기 위한 구체적인 증거를 잡기 위해 예수님을 따르며, 예수님의 행동을 주시하고

있었다.

 

특히 '사람들은 예수님을 고발하려고'의 시제가 행동의 반복이나 계속을 보여주는 

미완료의 시제로 기록된 점을 볼 때, 마르코 복음 2장 23~28절에서 예수님께서 당신

자신이 안식일의 주인이라고 하며 당신 제자들이 안식일에 밀밭에서 곡식을 자른

행위를 정당화시킨 사실을, 바리사이들이 공개적인 석상에서 드러내어 율법을 어긴

자로 고발하기 위해 파놓은 함정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