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아름다운 세상' 『詩하늘』詩편지
나도 그들처럼
백무산
나는 바람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었습니다
내가 계산이 되기 전에는
나는 비의 말을 새길 줄 알았습니다
내가 측량이 되기 전에는
나는 별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내가 해석이 되기 전에는
나는 대지의 말을 받아 적을 수 있었습니다
내가 부동산이 되기 전에는
나는 숲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었습니다
내가 시계가 되기 전에는
이제 이들은 까닭 없이 심오해졌습니다
그들의 말은 난해하여 알아들을 수 없습니다
내가 측량된 다음 삶은 터무니없이
난해해졌습니다
내가 계산되기 전엔 바람의 이웃이었습니다
내가 해석되기 전엔 물과 별의 동무였습니다
그들과 말 놓고 살았습니다
나도 그들처럼 소용돌이였습니다
ㅡ출처 : 시집『거대한 일상』(창비, 2008)
ㅡ사진 : 다음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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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자연이 서로 이웃이고 동무였을 때
자연에서 지혜를 배워 서로 기대고 살았을 때
사람들은 바람, 비, 별, 대지, 숲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었습니다
우리의 말과 사유는 시처럼 주술적이었습니다
이치를 따지고 계산, 측량, 해석을 하게 되고 나서부터는
합리성이라는 재갈에 물려 그만 벽이 생기게 된 것이지요
서로에게 다감하게 가던 길마저 잃어버렸어요
아직도 시를 데리고 노는 까닭은
그 재갈을 풀기 위해서입니다
사람으로 돌아와야 합니다
그래야 저 아이들을 잃지 않습니다
시인의 할 일이 바빠졌습니다
의식의 혁명을 일으켜야 합니다
더불어 놀 수 있는 공간과 재미를 일으켜야 합니다
이 시대에 시는 정직한 돛대가 되어야 합니다
시인이 그 일을 해야 합니다
터무니없는 소용돌이에서 벗어나도록 도와야 합니다
詩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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