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합/시와 좋은 글

송 동 균 (바오로) 시 섣달그믐

수성구 2021. 12. 15. 05:31

송 동 균 (바오로) 시 섣달그믐

섣달그믐

 

 섣달그믐이 기운 날

아슴아슴 수원천 눈밭 길

사람들 수많은 발자국 되밟으며

곡예하듯 어께 팔 휘저으며 나는 가고 있다

 

기우뚱기우뚱 서투름 아가 걸음 흉내내며

때론 싱긋 돌아온 길 무심코 훑어보고

아스라이 뻗은 길 내려보며 나는 가고 있다

 

미끄럼 타듯 조심히 내닫는 눈밭 길 위엔

재활의 꿈을 펴든 기억의 나래

슬픈 그림자 되어 아직도 길게 누워있다

 

 

섣달그믐 별 자듯 꼬릴 내리는데

어느새 멈춰버린 가슴속   시계바늘

여기 눈 길 되살려 놓고

세월 늘려 펴며 터벅터벅 난 가고 있다

 

엷은 햇살 아직 내 이마 끝에 내리고

불현듯 한 가닥 바람

굽은 내 등살 가볍게 밀어내고 있다.

 

송 동 균 (바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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