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 동 균 (바오로) 시 섣달그믐
섣달그믐
섣달그믐이 기운 날
아슴아슴 수원천 눈밭 길
사람들 수많은 발자국 되밟으며
곡예하듯 어께 팔 휘저으며 나는 가고 있다
기우뚱기우뚱 서투름 아가 걸음 흉내내며
때론 싱긋 돌아온 길 무심코 훑어보고
아스라이 뻗은 길 내려보며 나는 가고 있다
미끄럼 타듯 조심히 내닫는 눈밭 길 위엔
재활의 꿈을 펴든 기억의 나래
슬픈 그림자 되어 아직도 길게 누워있다
섣달그믐 별 자듯 꼬릴 내리는데
어느새 멈춰버린 가슴속 시계바늘
여기 눈 길 되살려 놓고
세월 늘려 펴며 터벅터벅 난 가고 있다
엷은 햇살 아직 내 이마 끝에 내리고
불현듯 한 가닥 바람
굽은 내 등살 가볍게 밀어내고 있다.
송 동 균 (바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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