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묵상글

함께 알아가는 생태신학 13 -생태문화와 개발문화

수성구 2021. 7. 15. 03:54

함께 알아가는 생태신학 13 -생태문화와 개발문화

 

 

호주의 유명 관광지 중 그레이트 오션 로드 Great Ocean Road라는 긴 바닷길이 있습니다. 호주 남동부에 자리한 이 해안 도로를 달리다 보면 자연이 만든 여러 멋진 경관을 구경할 수 있습니다. 그레이트 오션 로드의 대표적인 경관 중에 12사도 상이 있습니다(사진 참조). 실제로 사람이 예수님의 열두 사도를 조각한 것은 아니고, 바다의 침식작용으로 육지와 분리되어 형성된 바위기둥들을 일컫습니다.


유학생활 중에 이 12사도 상을 구경할 기회가 있었는데, 이런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호주 정부에서는 이 유명한 관광지 주변을 개발하는 행위를 최대한 자제하기로 결정하고 자연경관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경치 좋은 곳에 흔히 있을 법한 카페나 식당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저 안내소와 주차장 같은 기본 시설과, 관광객들이 다니는 길 그리고 12사도 상 주변 관광을 위한 헬기장이 전부였습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생물학 석학인 최재천 교수는 한 대중 강연에서 우리나라 개발문화의 문제점을 지적하였습니다. 즉, 우리나라는 아름다운 경관이 있으면 자연 그대로 두면서 감상하는 것이 아니라 인위적인 무언가를 만들면서 계속해서 훼손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제는 자연을 있는 그대로 보고 받아들일 수 있는 생태문화를 길러야 한다고 강조하였습니다. 이에, 어쩌면 호주의 12사도 상이 하나의 좋은 사례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되었습니다.


지금까지 약 두 달에 걸쳐 ‘창조 공동체 모델’을 암시하는 성경 대목들을 살펴보았습니다. 성경은 인간이 하느님의 청지기로서 그분 뜻에 따라 피조물들을 보존해야 할 뿐만 아니라, 그들과 친밀히 연결되어 함께 하느님의 창조 공동체를 이뤄야 한다고 가르칩니다. 인간은 창조 공동체의 한 일원, 즉 여러 피조물 가운데 있는 하나의 동료 피조물로서 그들과 함께 하느님의 손길에 의존하며 최종적 구원에로 초대받고 있습니다. 성경은 우리가 다른 피조물들의 존재와 삶의 고유한 가치를 존중하면서 지구라는 “공동의 집” (「찬미받으소서」 17항)에서 그들과 평화롭고 조화로운 관계를 이루며 공존하는 것이 창조 공동체의 주인이신 하느님의 뜻이라고 알려줍니다.


성경의 가르침에 따라, 과도한 개발을 자제하면서 자연 그대로의 가치를 인식하고 다른 동식물들도 인간과 더불어 살아갈 수 있기를 도모하는 생태문화의 정신이 우리 사회 안에 더욱 자라나기를 희망합니다.


이다한 스테파노 신부 OFM Conv. 2021년 07월 11일 연중 제15주일 의정부 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