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묵상글

“띄엄띄엄 보는 거 아니에요~”

수성구 2021. 7. 7. 04:20

“띄엄띄엄 보는 거 아니에요~”

 

김준래 신부

 

‘망원경 효과’ 라는 말이 있습니다.

 

망원경을 통해 사물을 보면, 손에 잡힐 듯이 선명하고 세밀하게 보여서 그 물체까지의 거리가 실제보다 가깝게 느껴집니다.

우리가 과거를 돌아볼 때도 망원경으로 보듯이 지난 기억들을 확대시켜 보기 때문에 몇 십 년 전의 일들이 엊그제 일처럼 생생하게 느껴지는 것입니다.

동창 신부들과의 모임에 가면 점잖게 무게를 잡고 앉아 있을 수 없습니다.

학창시절 커다란 고민거리가 있더라도 표현하지 않고, 오히려 더 많이 웃고 떠들고 장난치며 밝게 살았습니다.

그런 탓인지 이삼십 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동창신부들은 저의 진지한 모습을 어색해합니다.

심지어 어디 아프냐며 걱정까지 합니다.

서로 공감할 수 있는 얘깃거리를 찾는 것은 삶의 자리가 달라진 그만큼 어렵습니다.

 

예수님 고향 사람들도 ‘망원경 효과’ 속에 갇혀 있습니다.

그들은 예수님과 예수님의 형제들, 누이들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것이 강렬한 몇몇 사건의 기억이라 할지라도 그들에게는 그 기억들이 너무나 생생하기에 그것만이 전부입니다.

당연히 예수님의 지혜로운 가르침이 못마땅하게 들립니다.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 법인데 믿음이 없으니 기적이 따라올 수 없습니다.

고향 마을을 떠나 다른 여러 마을로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으셨던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어느 곳이든 너희를 받아들이지 않고 너희 말도 듣지 않으면, 그곳을 떠날 때에 그들에게 보이는 증거로 너희 발밑의 먼지를 털어 버려라.”(마르 6,11)

 

* ‘새 하늘 새 땅’ 에 사는 사람은 매일 새로운 사람을 만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