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합/시와 좋은 글

수성구 2021. 6. 19. 05:54

◆집

 

나는 집이 없다

반석 위에 내 집을 세우는

수고하는 石工이 되고 싶지만

 

겨울은 길고

한 꺼풀씩 돌을 얼구는

바람 속에 서서

나는 웬일로 가슴만 더운지

해 저문 사방 살을 에는

바람 속에 서서

나는 가슴이 뜨거워 참을 수 없다

 

작은 燈을 마저 끄랴

넘쳐 부푸는 어둠 한가운데

고함치며 뛰어내리는

아아 싸락눈 같은 별들

 

이 안에 지금

한 오라기

명주실을 주시면

내 집의 기둥이 되리

 

한 오라기

명주실을 더 주시면

내 집의 창문이 되리

 

나는 집이 없다

오직 수고하는 木工이고만 싶다

 

김남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