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가면서

현대판 고려장터

수성구 2021. 6. 1. 03:31

현대판 고려장터

 

 





현대판 고려장터


현대에 살고있는 우리는

나이가 들고 서서히 정신이 빠져 나가면

어린애처럼, 속이 없어지고

결국 원하건 원치 않건, 자식이 있건 없건,

마누라나 남편이 있건 없건, 돈이 있건 없건,

잘 살았건 잘 못 살았건, 잘났건 못났건,

세상에 감투를 썼건 못썼건

대부분 요양원이나 요양병원에서

생의 마지막을 보내게 된다.

 

 




고려시대에는 60세가 넘어

경제력을 상실한 노인들은 밥만 축낸다고

모두들 자식들의 지게에 실려

산속으로 고려장을 떠났다고들 하는데..

오늘날에는 요양원과 요양병원이

노인들의 고려장터가 되고 있다.

한번 자식들에게 떠밀려 그곳에 유배되면

살아서 다시는 자기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니

그곳이 고려장터가 아니고 무엇이랴.?





그곳은 자기가

가고 싶다고 해서 갈 수 있는 곳도 아니고

가기 싫다고 해서 안가는 곳도 아니다.

늙고 병들고 정신이 혼미해 져서,

자식들과의 대화가 단절되기 시작하면

갈 곳은 그곳 밖에 없다.

산 사람들은 살아야 하니까...





요양병원에 근무하는 어떤 의사가 쓴 글이다.

요양병원에 갔을 때의 일들을 생각해 보니

어쩌면 이 의사의 말이,

그렇게 딱 들어 맞는지 놀라울 정도이다.

그래서 전문가라고 하는 것 같다.

요양병원에 면회와서 서있는 가족 위치를 보면,

촌수가 딱 나온다.





침대 옆에 바싹 붙어, 눈물 콧물 흘리면서

이것 저것 챙기는 여자는 딸이다.

그 옆에 뻘쭘하게 서있는 남자는 사위다.

문간쯤에 서서, 먼 산 보고 있는 사내는 아들이다.

복도에서 휴대폰 만지작거리고 있는 여자는

그집의 며느리다.

그래도 이따금씩 찾아가서 살뜰히 보살피며

준비해온 밥이며 반찬이며

죽이라도 떠먹이는 자식은 딸이다.





대개 아들놈들은 침대 모서리에 잠시 걸터앉아,

딸이 사온 음료수 하나 까처먹고 이내 사라진다.

아들이 무슨 신주단지라도 되듯이 아들, 아들..

딸 하나가

열 아들 부럽지 않는 세상인 것을 그때는 몰랐다.

요양병원, 요양원..

오늘도 우리의 미래가 될 수많은 그들이

창살없는 감옥에서.. 의미없는 삶을 연명하며..

희망없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그들도 자신의 말로가

그렇게 될 줄은 전혀 몰랐을 것이다.

자신과는 절대 상관이 없는 이야기라고 믿고 싶겠지만. .

그것은 희망사항일 뿐, 결코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두고보면 안다.

그래도 어쩌랴, 내 정신 가지고 사는 동안에라도

돈 아끼지 말고, 먹고 싶은 것 먹고, 가고 싶은 곳 가보고,

좋은 친구들과 즐겁고 재미있게 살다 가야지

기적같은 세상을, 헛되이 보낼 수는 없지 않겠는가.?






할아버지의 마지막 인사 ●

몇년전 일이다.

나와 같은 병실에 80세가 넘으신 할어버지가 있었다.

할아버지의 병은 깊었다.

할머니는 성경을 읽으며 지극 정성으로 할아버지 곁을 지켰다.

아침저녁 으로 할어버지 가족들이 병실을 다녀 갔다.

"니 아버지 이번엔 못 일어 나신다. 이젠 화장실 걸음도 못하신다.

조금 전에도 의사가 호스로 오줌 빼 주고 갔다."

할머니는 눈물을 글썽이며 아들에게 말했다.

아들은 아무 말이 없었다.


'살아 가면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부부가 함께  (0) 2021.06.03
삶의 가장 소중한때  (0) 2021.06.02
백신 나눔 모금액 교황청에 보낸다  (0) 2021.05.30
하늘이 주신 기회  (0) 2021.05.13
아름다운 배려  (0) 2021.04.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