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합/하늘을우러러

- 연극 "바보 김수환 추기경" -

수성구 2021. 4. 15. 03:09

- 연극 "바보 김수환 추기경" -

 



여름 장맛비가 밤새도록 내려도 잠은 오지 않습니다.
우리가 어느 별에서 만났기에 이토록 그리워하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우리가 어느 별에서 그리워하였기에 밤마다 별빛으로 빛나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오늘밤에도 당신을 사랑해서 미안합니다.
당신을 사랑하는 일보다 사랑하지 않는 일이 더 어렵습니다.
당신의 별 안에서 시를 쓰고 노래하다가 하루 종일 기도하고 싶습니다.
우리는 서로 포기하지 않으면 사랑할 수밖에 없습니다.
지난 겨울 눈길을 걸으며 당신을 오랫동안 묵상했습니다.
안개 속의 가로등 하나를 바라보며 당신의 말씀,
당신의 맑고 푸른 얼굴을 오래오래 추억하게 되었습니다.

부산시민회관 소극장에서 2011년 7/13-20일까지
연극 "바보 김수환 추기경"이 절찬리에 공연중입니다.
살기가 힘이 들어 깊은 절망에 빠질 때 당신을 만났습니다.
그럴 때마다 당신께서는 희망의 고기를 잡을 수 있을 수 지혜를 보여주셨습니다.
당신의 크신 사랑과 능력에 할 말을 잃어버린 작은 어부입니다.
마음 깊은 곳에 기도의 그물을 치면 비늘이 찬란한 희망과 기쁨의 고기가 잡혔습니다.
삶에 필요한 겸소과 인내, 상호존중과 배려도 많이 얻었습니다.
"이제 더 이상 저의 뜻에 따라 살지 않고 멀리 떠날 준비를 하게 하소서.
배와 그물조차 버리고 당신을 따라나선 제자들처럼
모든 정든 것을 버리고도 기쁠 수 있는 사랑의 숙명만이 승리할 수 있도록...".

늙지 않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세상에 노인이 되지 않을 젊은이가 어디 있으랴.
노인들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일은 크고 먼 곳에 있지 않을 것입니다.
고통 없는 사랑이 어디 있겠습니까. 사랑에는 으레 고통이 따릅니다.
그 고통을 외면하거나 두려워하는 자는 고통 그 자체가 되고,
정면으로 맞서서 받아들이거나 싸워 극복하는 자는
그 사랑을 자신의 소중한 인생으로 만듭니다. 죽음도 외로워서는 안 됩니다.
부모님이 스스로 준비하는 죽음의 문제를 깊게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리는 어떻게 죽는가. 죽음은 또 하나의 출구이며 희망입니다.

이제부터는 나도 당신처럼 바보처럼 바보처럼 살도록 기도하겠습니다.
상가에 들러 바라보는 영정사진, 그것은 남의 사진이 아니라
어쩌면 나 자신의 사진인지도 모릅니다.
언젠가는 그린 얼굴로 남 앞에 놓여질 나 자신 말입니다.
욕망에 들떠 내일 죽을 것을 잊고 사는 우리들을
숙연케 하는 당신의 언행일치가 살아갈수록 그립습니다.
아, 생명이란 얼마나 가벼운 일입니까.
내가 죽고 나서 사랑하는 아내가 보고 싶으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어차피 인생은 한 번 왔다가 한 번 가게 되어 있는 게 운명이 아닌가.
언젠가는 시신기증 승낙서를 보낼 당신이여.
'한 알의 밀이 땅에 떨어져 죽지 아니하면
한 알은 그대로 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느리라.'
오늘밤에도 이 말씀을 묵상하며 잠들고 싶습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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