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합/시와 좋은 글

씨 뿌리는 날

수성구 2021. 3. 27. 04:40

씨 뿌리는 날

씨 뿌리는 날(윤세영)

 

겨우내 얼어붙었던 대지가

따뜻한 봄의 입김에 스르르 녹아버렸다.

 

말랑말랑 해진 흙을

맨발로 밟는 농부의 몸놀림도

봄바람처럼 가볍다.

 

비록 무서운 더위와 땅을

쩍쩍 갈라놓는 가뭄이 닥치더라도

장대같이 쏟아지는 장마에

애써 가꾼 농작물이 휩쓸려갈지라도

모내기를 하는 순간만큼은

풍년의 희망을 싹 틔운다.

 

올여름도 허리 한번 제대로 못 펴고

땀을 쏟아부어야 할 것이다.

물이 넘치면 물꼬를 터주고.

가뭄이 들면 물을 끌어다 주느라

한바탕 애를 태워야 할 것이다.

그러나 농부는 두려워하지 않는다.

 

봄이 가면 여름이 오고

여름이 가면 가을이 오듯

곡식은 자라고

그렇게 일 년 농사가

지어짐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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