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합/오늘의 강론

성 요한 보스코 사제 기념일 / 조욱현 토마스 신부

수성구 2020. 1. 31. 05:53

성 요한 보스코 사제 기념일 / 조욱현 토마스 신부|조욱현 신부 강론

       

 

 

성 요한 보스코 사제 기념일

 

복음: 마르 4,26-34: 씨앗은 싹이 트고 자라나지만 사람은 모른다.

우리가 우리 마음에 좋은 뜻을 품는다면, 그것은 땅에 씨를 뿌리는 것과 같다. 그러나 그 씨가 어떻게 싹이 터서 자라는지 자신은 알지 못한다. 즉 자기 안에 심어져 자라나고 있는 덕이 얼마나 성장했는지 아직 헤아릴 길이 없다. 땅이 은총으로 말미암아 스스로 열매를 맺듯이, 인간도 그렇게 스스로 선행의 열매를 맺는다.

 

땅이 처음에는 싹을 트게 하고 줄기를 내고 그 다음에는 이삭을, 또 그 다음에는 이삭에 가득 달린 낟알을 낸다. 아직 약한 싹이지만 좋은 시작이다. 우리 마음에 심겨진 덕이 선행으로 발전할 때, 줄기에서 이삭이 패는 것이다. 덕에서 훌륭하고 완전한 행동이 나올 정도로 진보하면 마침내 이삭에 낟알이 가득 달리는 것이다. 그 낟알들이 영글면 곧 낫을 댄다. 추수 때가 되었기 때문이다.

 

하느님의 나라는 겨자씨와 같다.”(31) 겨자씨는 아주 평범하고 하찮은 씨앗이다. 빻으면 그 힘을 드러낸다. 믿음도 처음에는 단순하지만, 역경으로 으깨어지면 그 힘을 발휘하여, 믿음에 관해 읽거나 듣는 사람들을 달콤한 향기로 가득 채운다. 하느님의 말씀은 분노의 쓸개즙을 가라앉히고, 교만의 불꽃을 억누른다. 말씀의 씨앗에서는 커다란 나무와 같이 자라났다. 이 나무는 바로 세상 곳곳에 세워진 교회이다. 이 교회에 하늘이 새들, 곧 하느님의 천사들과 사람들이 그 가지에 깃든다.

 

주님은 겨자씨였다. 그분께서 상처 입지 않은 겨자씨였을 때, 백성들은 그분을 겨자씨로 알아보지 못하였다. 그들이 그분을 아직 눈여겨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분은 당신이 누구신지를 보여주시려고 잘게 부서지기를 원하셨다. 그리스도는 하느님의 나라이다. 겨자씨처럼 동정녀의 태라는 정원에 뿌려지신 그분은 십자가 나무로 자라셨고, 그 가지들은 온 세상으로 뻗어 나갔다.

 

수난의 절구에 빻아진 그분의 열매는 그분과 관계를 맺는 살아있는 모든 피조물이 맛을 지니고 보존될 수 있도록 넉넉한 양념이 되었다. 그리스도께서는 이렇게 당신이 빻아짐으로써 당신 안에서 우리 모두를 회복시키기 위하여 모든 것이 되셨다. 그분은 당신 정원 즉 교회에 씨를 뿌리셨다. 교회는 온 세상으로 퍼져가는 정원이다. 복음의 쟁기로 갈고, 가르침과 규율의 말뚝으로 울타리를 치고, 사도들의 노고로 온갖 해로운 잡초를 제거한 정원이다.

 

이 정원에 향기롭고 사랑스러운 영원한 꽃들인 동정녀들의 백합과 순교자들의 장미꽃이 그리스도를 증언하는 모든 이의 푸른 풀밭과 그리스도를 믿는 모든 이의 부드러운 초목 가운데 자리 잡고 있는 아름다운 정원이다. 이들이 바로 그리스도께서 당신 정원에 뿌리신 겨자씨이다. 그분은 성조들에게 하느님 나라의 씨를 뿌리셨고, 예언자들은 싹을 틔웠고, 사도들은 크게 자라게 하였다. 그 씨앗은 교회 안에서는 큰 나무가 되어, 선물 즉 은총을 실은 수많은 가지를 뻗었다. 우리에게 있는 씨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