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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누이/청송 권규학

수성구 2014. 2. 8. 17:07

큰 누이/청송 권규학
    
    큰 누이/청송 권규학
    
    
    해마다 큰 누이는 김장을 한다
    식구들 먹을 것 챙겨놓고
    객지생활 자식 몫 챙기고
    덤으로 또 여러 몫을 준비하곤 한다
    김치뿐이 아니다
    마늘 철이면 마늘 몇 접
    고추 철이면 고춧가루를
    참기름이랑 들기름에 갖은 채소까지
    조목조목, 몫을 나눠 창고에 둔다
    이 사람 저 사람
    퍼주고 또 퍼주어
    더는 남을 게 없을성싶은데
    누이의 보물창고엔 늘 정이 넘친다
    동생아, 고향에 언제 오니?
    올 때는 빈 통 꼭 챙겨오그라!
    다락방 창고 앞에 서 있는 누이에게서
    오래전, 세상을 버리신 어머님을 본다
    오늘도 나는
    전화기 저편, 누이의 목소리에서
    가슴 가득 내 어머님을 담는다.(140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