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합/차한잔의 여유

가을은 그저 줍는 달|◈─……

수성구 2019. 11. 1. 04:47

가을은 그저 줍는 달|◈─……차한잔의여유

       





    가을은 그저 줍는 달


                                    박노해

    가을은 그저 줍는 달

    산 길에 떨어진 알밤을 줍고

    도토리를 줍고 대추 알을 줍고


    가을은 햇살 줍는 달

    물든 잎새를 줍고

    가을 편지를 줍고

    가을에 익어 떨어지는

    시를 줍고


    그저 다 익혀 내려 주시는

    가을 대지에 겸허히 엎드려

    아낌없는 나무를 올려다 본다


    그 빈 가지 끝

    언제 성난 비바람이

    있었냐는 듯

    높고 푸른 하늘은 말이

    없는데


    그래, 괴로웠던 날들도

    다 지나가리라고

    다시 일어서 길을 걷는

    가을 가을은 그저

    마음 줍는 달